강원도의 힘

from 다녀왔어! 2008/01/06 19:57

금요일 업무가 끝난 다음,

정언니, 뉴크리스탈과 함께 삼척행 버스를 탔다.

 

새벽1시를 넘은 시각, 우리는 삼척에 떨어졌다.

즉흥적으로 떠난 것은 아니였지만, 그러나 별 특별한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이라

막상 삼척에 도착하니 막막했다.

일단 버스터미널 앞 편의점에 들어가 삼척역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삼척역이요? 거기에 사람타는 기차도 들어오는지 모르겠는데요.

삼척에 들어오는 기차는 시멘트 밖에 안나를텐데요."

여기가 강원도라는 사실을 강원도악센트로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삼척버스터미널 앞 편의점 알바생은

어두운 밤 낯선 삼척땅에 서있는 우리를 잔뜩 긴장시켜주었다.

 

기차역 근처에 여관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정언니가 나와 크리스탈을 진정시켜 주었고, 우리는 택시를 탔다.

우리가 내일 아침에 바다열차를 타고 강릉에 갈것이며

그래서 삼척역 근처 여관에 가서 방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를

택시기사에게 했더니 택시기사 왈,

삼척에서 강릉가는 기차는 없으며, 게다가 삼척역 앞에는 여관은 커녕 아무 것도 없단다.

 

허걱.

이거 기차역에 전화해서 물어볼수도 없는 시간이고

그나저나 보통 기차역 앞이 동네 번화가 아닌가?

망연자실한 우리는 택시기사가 내려준 '부도난' 팰리스호텔에 들어섰다.

아! 그런데 여기는 허진호 감독의 외출을 찍은 호텔 아닌가!

호텔로비가 배용준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우왕좌왕하다가 부도난 호텔에 묵게 되어 기분이 영 그랬는데

괜히 반가웠다ㅋ 호텔방도 그 정도면 훌륭하고 5만원이면 그리 비싸지도 않고.

그리고 방에 들어가 호텔로비에서 가져온 관광안내도를 보니

삼척에서 강릉까지 운행하는 바다열차가 나와있다. 캬캬캬

근데 삼척도 나름 관광도시인데 이 동네 사람들 영;;

 

으악!

바다열차는 8시 40분에 출발하는데 8시 반에 눈을 뜬거다.

일출을 꼭 보려고 했는데, 일출은 커녕 바다열차도 못타게 생겼다.

급히 삼척역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그거 타려고 삼척까지 오셨는데 도와드려야죠 그러더니

취소수수료없이 그냥 12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탈 수 있게 해주겠단다.

아니 우리야 좋지만 그래도 괜찮나? 아이 좋아라. 후후후

 

 

세수도 안하고 호텔을 나섰다.

늦은 밤에 찾은 호텔이라 잘 몰랐는데 호텔이 꽤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주변경관과 전망이 좋았다.

 

 

 

호텔 앞에서 내려다 봄

 

 

새천년해안도로

 

 

 

바다는, 너르고 평화롭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아침해는 뜨거웠다.

 

 

나는, 그림자마저 몽땅하고 널찍하다.

 

 

 

망망대해 위 홀로 있는 배. 외로운 내 마음같아 눈물이 날 뻔.

왜 이렇게 감상적이야 박양 

 

 

멀리서 찍어본 크리스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낚시하는 아저씨. 많이 잡으셨쎄여?

 

 

방파제를 멋진 산책로로 만들어놓았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여기까지.

박양아,  밧데리충전도 안하고 디카는 왜 들고 간거니.

이제부터 나오는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은 것임!

 

 

방파제근처 횟집에서 아침으로 우럭매운탕을 먹고

택시가 나타날때까지 걸었다. 택시가 절대 다닐 것 같지 않은 동네였음.

곧 삼척항이 나타났고 사람들이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다.

 

 

어! 드라마촬영버스가 여기 왜 있지? 

저 드라마 요즘 권상우님께서 나오시는건데.

정언니와 크리스탈에게 그 드라마 얘기를 하던 중,

오지 않을 것 같던 택시가 마침내 나타났다.

그런데!

그 택시를 잡아 타고 삼척역으로 딱 출발하려는데, 차창밖으로 김창완아저씨가 보이는거다.

오! 드라마촬영버스가 여기 괜히 서 있는 것이 아니였어.

그리고 어쩐지 동네가 낯설지 않다 했지.

택시가 좀만 더 늦게 왔더라면 권상우님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흑

 

삼척과 강릉을 오고가는 바다열차를 타기 위해 삼척역에 도착한 우리는

삼척역 앞에서 피식 웃어버렸다.

삼척역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닌데, 그러니까 삼척역 뒤로 아주 큰 동양시멘트공장이 있다.

그런데! 그거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거다. 

그 늦은 밤 무작정 삼척역으로 왔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후후후

 

* 바다열차를 타고 싶다면

바다열차소개    예매싸이트

 

 

 

 

 

우리가 탄 바다열차. 뒤로 동양시멘트공장.

화질이 영;; 휴대폰카메라에 뭘 바래.

 

 

바다열차는 좌석이 창을 향해 있다.

나, 정언니, 그리고 뒷자리 크리스탈

 

 

달리는 열차안

 

 

역시 달리는 열차안

 

 

열차 안에서 찍은 정동진역.

 

 

이제 올릴 사진도 없다. 바다열차 안에서 휴대폰밧데리도 운명을 다하고.

강릉가면 사진 많이 찍으려고 했는데;; 이 몹쓸 불철저함.

 

아무튼 삼척에서 강릉까지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실컷 보았다.

문자로 사연과 신청곡을 받길래 나는 '기차와 소나무'를 신청했고

'나쁜 일 없이 올해 잘 보내고 살도 왕창 뺍시다ㅋ 함께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노래선정이유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소나무행렬이 자주 나오길래ㅋ

그리고 원더걸스, 슈쥬, 소녀시대류의 노래가 계속 나오길래 짜증이 나서 올드한 노래로. 켁

크리스탈이 노래가 나오자 자기 이 노래 좋아한다며 즐거워했다.

 

 

"1001님의 사연입니다"라며 내 문자를 읽어주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후후후

 

확 트인 바다가 나오면 꺄악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고,

푸른 소나무 사이사이로 바다가 보이면 괜히 차분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삼척에서 정동진과 동해를 지나 약 1시간 30분만에 강릉역에 도착.

 

강릉역에서 내린 우리는 경포대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그리고 경포호에 내려 경포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조금씩 조금씩 바다가 가까워져 오고..

 

으아아아아아 동해다~~~ 겨울바다다~~~

중학교 수학여행 후 경포대는 처음인 나는

애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촌스럽긴 후후후

잠시 뛰어다니다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서른을 맞이한 박양.

철썩거리는 바다를 보니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실컷 맞은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나와

강릉시내(?)에서 술 한병 마시고

강릉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1박2일 강원도에서의 추억을 뒤로 한채

우리 세명은 헤어졌다. 월요일에 봐요^^

 

주말에 집에 그냥 있었으면 잠이나 실컷 잤겠지,

아니면 술이나 실컷 마셨거나.

잘 다녀온거 같아! 겨우 1박2일이였지만 내게 힘이 되어준 여행. 

아! 너무 좋았다!

힘들었던 우리 세 명에게 에너지를 주었고,

간만에 차분히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였어.

 

그리고 너르고 잔잔한, 그러나 힘차보이는 동해바다가 내게 말했어.

짜식아, 힘내! 너를 믿어! 너는 할 수 있다구!

 

이제 다시 일상 속으로.

 

여전히 불투명하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강원도와 겨울바다가 내게 준 그 힘으로

얼마동안은 씩씩하게 잘 살아봐야겠다. 후후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1/06 19:57 2008/01/06 19:57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