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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들의 434일...

뉴코아노동조합의 투쟁을 엮은 책이 나왔다. 오랫동안 하고싶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 조차 없었던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권미정동지가 더 신랄하게 말해주길 바랬는데, 역시 참한 성격탓인지 너무 조곤하게 말씀하셨다. 왜 뉴코아노조가 곰이였는지, 왜 아무말없이 묵묵히 투쟁만 하고도 매번 투쟁의 성과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지, 무엇이 이 투쟁을 이리 만들었는지 더 구체적이고 신랄하게 말해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권미정동지의 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맘의 짐을 덜었을 것이다.) 지난 8월, 남아있던 백여명의 정규직들을 현장으로 들여보내면서 더 이상 이싸움을 이끌어갈 최소한의 동력마저도 잃었던 그/녀들이 피눈물로 사인해야만 했던 그 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그저 연대해 줬던 동지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래서 우린 그/녀들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선두에서 투쟁했던 간부들이 갈갈이 찢어져 막막한 생계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을 지금도, 새로운 집행부로 선출되어 패배감으로 억룰진 현장을 다시 추스려야 하는 새로운 간부들도 지난 434일의 투쟁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추억하지도 않는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가 우수교양서적으로 지정됐다는 소리는 듣고는, 또 다시 절망에 빠져든다. 책으로 엮은건 추억도 지난날의 회상도 아니었다. 지나가버린 모험담을 주저리 담은 것도 아니다. 아직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아직도 타오르는 의지를 하지만 숨겨야 하고 억눌러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담은거다. 그래서 '곰들의 434일'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더 아프고 더 주먹을 질끈 쥐게 만든다. 뉴코아노동조합 동지들. 고맙습니다. 그대들때문에 434일동안 나는 혼자서는 느낄수 없었던, 어디서도 가져볼 수 없었던 해방감을 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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