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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시대

 

대학원에 재학(?)중일 때 한 선배는 'The Age of Presentation'라는 말을 즐겼는데,  그 형은 20세기말의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가 머물렀던 전 직장의 사례를 들어 자주 얘기하곤 했다. 물론 그런 얘기의 이면에는 '실력은 쥐뿔도 없는 게, 잘 꾸며서(?) 대박을 터뜨리거나 승승장구를 한다'는 아니꼬운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더불어 그곳엔 알튀세의 표현처럼 최종심급에서는 그 외피가 아니라 그 내용이 승부를 낼 것이라는 어떤 믿음도 있었을테다.

 

요즘은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1. 일례로, 청계천 복원사업은 녹색 및 환경에 관한 시민단체가 부단히 꺼내들었던 것과는 달리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것은 청계천주변에 가득 포진해 있던 생계를 깡그리 무시하는 방식이었으며, 수도공사에서 물을 끌어와 순환시키고 결국에는 서울시가 그 요금을 내니 못내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친환경의 방식이 아니며,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 혹은 꾸밈이다.

 

2. 지난 9월 10일은 서울시에서 또다시 '차없는 날'로 선포하더니, 뉴스에는 가득히 차가 없어서 좋았다는 시민의 인터뷰로만 채워진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혼잡통행세 징수지역을 확대를 검토하겠단다. 너무나도 속셈이 빤히 보이는 수순을 밟고 있어, 이것이 과연 지구온난화를 염두한 이산화탄소 줄이기 캠페인의 일환이지 의심하게 된다. 차 가지고 서울시내에 들어오면 거의 범죄자로 낙인찍힐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3. 10년전의 상황과 요즘이 왜 그리 똑같게 보이는지 ㅠㅠ.


(상략) 과시와 허영은 국민에게도 금물이지만, 정권의 경우는 한층 더 해롭다. 남과 겨룰 힘이 모자라면 안으로 길러야 도리이거늘, 오히려 마구 열어제치는 '세계화'는 과연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실력이 커지면 우리가 피해도 그들이 먼저 부를텐데,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왜 그토록 안달인가? 월드컵 개최로 12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황홀한 보도가 끝나기도 전에, 경제 난국과 위기 진단이 지면을 떡칠하는 역설(逆說)은 대체 어떻게 풀 것인가? 경제가 나빠지면, 개혁이고 나발이고 모두가 끝장이다. 어서 깨도록!

                                                                    - 서커스가 너무 많다, 정운영, 한겨례 1996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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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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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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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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