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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날 덮어버렸던 지난주의 기억은 꿈과 같아서, 전혀 현실감이 없다.할머니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을텐데도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은 견디기 쉽지 않다.
죽은 자가 남긴 그림자(by 김현)를 재빨리 지워버리는 듯, 남은 옷가지와 고인이 쓰던 소중한 물건들을 태워버리는 건은 어쩌면 남아 있는 자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잔인한 자기방어 본능에서 비롯했을지 모른다.
(상략) 수십억 년에 걸친 변화의 과정을 돌아볼 때, 생명의 역사에서 혁신적이거나 독특했던 것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재료를 재활용하고, 재조합하고, 재배치하는 등 새 용도에 맞게 변형시켜 이루어낸 성취들이었다.(하략)
키보드는 수십개의 자판이 있는데, 그 중 자주 쓰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먼저 닳기 시작하고, 결국 키보드를 덮고 있는 스킨이 뚫리는 지경이다.
7월 한달 동안 전국에 국지적으로 몰아치던 지독한 밤비를 보면서 마음은 편치 않다.
김현 선생님이 쓴 죽음에 대한 언급은 참으로 놀랍다. 남겨진 사람에게 커다른 고통을 남겨주기에 그것은 어떤 '행위'일수밖에 없으며, 적극적으로 '육체를 제거'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누구보다도 기형도 시인을 안타까워했을 그의 아픔을 드러내기에 적절하다.
죽음은 그가 앗아간 사람의 육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서 그의 육체를 제거하여, 그것을 다시는 못 보게 하는 행위이다. 그의 육체는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환영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내게도 조만간 다가올 할머니의 죽음, 이것이 두려운 이유도 위와 같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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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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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께서 별세하셨구나. 명복을 빌고, 마음 잘 추스르길...사자의 물건을 태우는 행위는 '전염병 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봐야지. 도킨스라면 '유전자의 보존 본능에서 비롯했다'고 표현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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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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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요.부가 정보
bud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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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잘 살다 가셨으니 좋은데 가셨을거야.부가 정보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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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pil /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한국오면 연락주세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