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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슬픔이 날 덮어버렸던 지난주의 기억은 꿈과 같아서, 전혀 현실감이 없다.
할머니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을텐데도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은 견디기 쉽지 않다.

죽은 자가 남긴 그림자(by 김현)를 재빨리 지워버리는 듯, 남은 옷가지와 고인이 쓰던 소중한 물건들을 태워버리는 건은 어쩌면 남아 있는 자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잔인한 자기방어 본능에서 비롯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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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리고 읽을 혹은 전혀 안읽을 지도 모를 책 #17

가. 내안의 물고기, 닐 슈빈, 김영사, 2009/06

(상략) 수십억 년에 걸친 변화의 과정을 돌아볼 때, 생명의 역사에서 혁신적이거나 독특했던 것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재료를 재활용하고, 재조합하고, 재배치하는 등 새 용도에 맞게 변형시켜 이루어낸 성취들이었다.(하략)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핵심을 직설하는 맺음말의 일부가 작가의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그것은 한 분야에 오랜기간 종사한 사람에게 자연스레 체득되는 일종의 철학이며, 또 다른 믿음이다.

나. 우리들의 진화, 이근화, 문학과지성사, 2009/06
다. 역사론, 에릭 홉스봄, 민음사, 2002/12
라. 야생사과, 나희덕, 창작과비평사, 2009/05
마. 하드 SF 르네상스1, 스티븐 벡스터 등저, 행복한 책읽기, 2008.10

감기로 들썩였지만 추석명절에 이리딩굴 저리딩굴 읽어간다. 2009년이 아닌 소설속 세상으로 비몽사몽 빠져들다. 다시 복귀한 일터는 자꾸 쌓이기만 하는 일로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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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닳고 있는 자판

 

키보드는 수십개의 자판이 있는데, 그 중 자주 쓰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먼저 닳기 시작하고, 결국 키보드를 덮고 있는 스킨이 뚫리는 지경이다.

 

  • ㄴ(S) : 나와 너를 이어줄 때 공통으로 시작하는 자음
  • ㅇ(D) : 초성이 없을때 빈공간을 채워줄때 많이 등장하는 자음
  • ㄹ(F) :  우리말을 부드럽게 만드는 몇안되는 자음
  • Backspace :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거꾸로 지워나가고 싶을 때 셀수없이 사용하고
  • Enter : 하고 싶은 말이 일단락 되면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빈줄을 하나 만들고
  • Delete : 몽땅 지우고 싶을때에는 블럭을 설정해 한방에 날려버리는 가혹한 녀석
  • 화살표 : vi(Bee Eye)라면 hjkl로 대신했겠지만, 바로 위 아래로 넘나들고 싶을때 사용하는 유용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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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밤비 소리

 

오래전에 읽었던 고은 선생님의 시는 날이 서 있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지난해 출간된 '허공'에는  여기저기 삶에 대한 부드러운 통찰을 드러내는 작품도 눈에 보인다.
 
밤비 소리
                - 허공, 고은, 창비시선 292
 
천년 전 나는 너였고
천년 후 너는 나이리라 어김없으리라
 
이렇게 두 귀머거리로
 
너와 나
함께 귀 기울인다
 
밤비 소리
 

7월 한달 동안 전국에 국지적으로 몰아치던 지독한 밤비를 보면서 마음은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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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김현 선생님이 쓴 죽음에 대한 언급은 참으로 놀랍다. 남겨진 사람에게 커다른 고통을 남겨주기에 그것은 어떤 '행위'일수밖에 없으며, 적극적으로 '육체를 제거'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누구보다도 기형도 시인을 안타까워했을 그의 아픔을 드러내기에 적절하다.

 

죽음은 그가 앗아간 사람의 육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서 그의 육체를 제거하여, 그것을 다시는 못 보게 하는 행위이다. 그의 육체는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환영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내게도 조만간 다가올 할머니의 죽음, 이것이 두려운 이유도 위와 같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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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 이미지
    블로그 이미지
  • 설명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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