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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여러 고민이 든다

작년 4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사고와 관련되서 <일터>에 칼럼을 쓴적이 있는데 

정말 아는만큼 보인다고 글 쓸때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까 계속해서 관심이 간다

어제 우연히 패스트 페션을 주제로한 EBS 다큐 프로그램도 그렇고

 

올해 4월 건강권 쟁취의 달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패스트 페션을 주제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이후 재발방지대책을 마련을 위한 국내, 국제 행동과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유니클로 옷 안입기 뭐 이런 조악한 수준이라도 뭔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스트 페션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 다국적기업들의 횡포와 착취, 환경의 문제 등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39,900원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 한노보연  재현-

“놀라운 신축성이 주는 편안한 아름다움. 울트라 스트레치 진. 6/16일까지 39,900원” 

편안한 착용감과 신축성이 뛰어나 무엇보다 날씬한 라인 효과를 선사한다는 유니클로 청바지 광고 문구다. 유행하는 옷을 신속하고 저렴히 공급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 SPA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주머니가 얇은 나에게도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인 SPA 브랜드의 옷들은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번 방글라데시 공장 붕괴 사고 소식을 통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충격의 ‘라나 플라자’ 붕괴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사바르 공단 내 9층짜리 건물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가 발생. 이로 인해 약 1천 13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천500여명이 부상을 입고 2천400여명이 구조됐다. 당일 사고가 있기 전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수출업 협회’(BGMEA)는 공장 안전 검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공장을 잠정폐쇄해야 한다고 업주들에게 권고 했다. 또한 건물 안에 있던 은행 지점과 가게들은 사고에 대비해 사무실을 비웠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사측이 출근을 안 하면 월급을 주지 않고 해고하겠다고 협박해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담보로 출근해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
사고 이후 방글라데시 정부가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사고의 원인 몇 가지가 밝혀졌다. 첫 번째, 애초 이 건물은 사무실 및 쇼핑몰을 목적으로 지었는데 법규를 어기고 공장으로 사용된 것. 두 번째, 불법으로 건물을 5층에서 9층으로 증축하고 그곳에 들인 발전기가 만들어 낸 진동으로 건물이 무너졌다는 것. 건물도 문제지만 사고 발생 하루 전 벽에 균열이 발생했는데 처음엔 공장 밖으로 노동자들을 대피시켰다가 다시 들여보내 작업을 계속 하도록 했다. 조사 이후 진상조사위원회는 라나 플라자의 주인 겸 여당 간부인 소헬 라나를 비롯 공장 주인들과 공장장을 비롯 12명의 관계자를 체포했고 ‘고의 살인죄’로 기소하라고 요구했다.

‘안전협약’ 
사건 이후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를 받아 노동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한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전체 안전 검사를 실시, 기준에 미달하는 공장 20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고용주(공장주) 허가 없이 노동조합에 가입 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최저임금 인상안도 밝혔다. 사건 이후 빠르게 수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방글라데시에 진출해있는 다국적 의류 브랜드 회사들은 국제 의류제조업 노조연합체인 ‘인더스트리올 글로벌 유니언‘이 마련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협약‘을 맺었다. 안전협약의 주 내용은 기업 독자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공장의 안전을 검사 및 공개하고 직접 조치를 취하며 필수 안전시설이 없는 곳과는 거래하지 않고 노동자, 노조가 공장 안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5년 기한을 두고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안전 검사, 교육을 수행하고 공장시설 보수비용도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약에 방글라데시에 진출해있는 최대 업체인 스웨덴의 H&M, 네덜란드 C&A, 영국 프라이마크, 미국의 캘빈클라인의 모기업 PVH, 토미 힐피거, 스페인 ZARA의 모기업 인디텍스, 독일의 기업 치보와 이탈리아의 베네통도 협약을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GAP, 일본의 유니클로는 이를 거부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약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방글라데시 딜레마
방글라데시는 현재 약 5000여개의 의류 공장에서 360만 노동자들이 일한다. 그중 여성이 90%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 국내 전체 수출액 80%에 달하는 세계 3위의 의류 수출국이다. 평균 시간당 임금이 24센트인 저임금 노동시장에 정부 관료들의 부패와 무관심은 세계 최악의 노동환경을 계속해서 유지하는데 일조해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유행에 민감한 다국적 의류 브랜드들이 진출해서 패스트 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했던 것!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글라데시는 딜레마에 빠졌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안전 협약’ 체결 이후, 다국적 의류 업체들은 그들의 횡포가 온 세상에 알려져 심각한 이미지의 타격을 입었고 ‘안전 협약’으로 인해 이전만큼 싼 값으로 여성/노동자를 고용 할 수 없고 규제가 많아져 방글라데시에 남아 공장을 유지 할 수 없으니 철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 
2011년 기준으로 방글라데시에는 약 1억5000만, 세계은행이 정한 기준에 속하는 절대 빈곤층이 43%나 되는 가운데 전체 인구 중 직·간접적으로 의류 산업을 통해 500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상황.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한 현실, 의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현실에서 다국적 의류업체의 철수는 곧일자리와 생계를 동시에 잃고마는 현실이 되어 버린 것. 또한 근본대책 없는 일방적인 기업의 철수는 결국 저임금 노동력을 구매 할 수 있는 다른 국가로 위험이 이동하는 것으로, 태국에서 벌어진 ‘케이더 공장’ 화재 사건‘을 비롯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또 다른 사고를 낳는 일이다.

이 딜레마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만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현실에서 여성/노동자의 안전하게 일 할 권리,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는 너무나도 먼 얘기인 것이다.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이용해 건물이 무너지든,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죽든, 값싼 임금, 장시간 노동, 하청에 하청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여성/노동자를 고용해서 패스트 패션 흐름에 조응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값싸고 예쁜 옷. 그 옷에 얼마나 많은 여성/노동자의 꿈이, 땀과 피가 절여있겠는가.

아직은 먼 바램?
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예쁘고 저렴한 옷을 구입하는 노동자, 땀 흘려 그 옷을 만드는 노동자가 모두 행복한 세상을 바라기는 아직 너무 먼 것일까? 유행의 속도만큼은 아니더라도 더디지만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확인하는 나. 오늘 입고 있는 이 SPA브랜드의 옷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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