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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개월을 돌이켜보며...

 드디어 5개월간에 알바 생활을 마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마트에서 알바를 마쳤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군을 전역하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볼 계획으로 무작정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이렇게 길어질줄은 몰랐다.

돈이라는게 모으려고 하면 할수록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에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것을, 연장 수당이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한푼이라도 벌어보려고 잠 몇시간 줄이고 일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몸소 배웠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직장생활 즉 '돈'을 벌기 위해 현장에서 매일 출근하고 반복된 업무와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퇴근하는 이 생활이 굉장히 지긋지긋하고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연영석 동지에 '간절히' 곡에 나오는 가사처럼 '우리가 일하고 싶을때 일하고 일한만큼만 받는 세상'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월급은 제자리인 단지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고 이 나이에 나같은 사람을 어디에서 받아주겠냐며 자신에 숙련 노동을 애써 쑥쓰러움과 겸손으로 표현하시는 아주머니들...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팀장이나 점장과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알바들 사이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갈등을 다 해결도 못하는 '직원들' 강요된 두꺼운 화장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하루 종일 '고객님'들에게 상품을 파는 것 이상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하루 종일 그 넓디 넓은 매장을 쓸고 닦고 냄새나고 더러운 화장실과 흡연실을 청소하지만 그 아무도 그/녀들을 봐주지 않는 청소 노동자들... 

 

 07년 뉴코아-이랜드 투쟁을 통해 나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곧 '노동자'임을 깨닫게 해 준 곳이었다. 자본이 얼마나 야만적이며 더러운 것인지, 그렇기에 노동자가 힘을모아 저 자본을 변혁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한 만큼 받는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2011년 그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고 그것을 몸소 느꼈다. 정말 가야 할 길일 멀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5개월간 있던 공간에서 그 어떤 변화도 아니 변화의 싹도 키워내지 못하고 이렇게 몸만 쏙 빠져나온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다.

 

 내일이면 이들은 또 다시 반복된 삶을 살아 갈 것이다. 여전히 일에 쩔어 담배에 쩔어 스트레스에 쩔어 살아 갈 것이다. 그려면서도 집에 있을 가족을 위해 노후를 위해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위해 조금 더 편안해 질 때까지 조그이라도 젊을 때까지만 참자고 혼자 되뇌이며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혼자 유럽으로 여행을 가면 되는 건가? 그건 아닌 듯 하다. 지겹게 반복되는 삶에서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 저 자본에서 그/녀들을 구해야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 노동자 문화가 절대적으로 있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 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한다고. 책을 통해 서로에 삶을 나누고 지금 여기에서 매 순간순간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고 싶다.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뒤를 한번 돌아보게 하는 그러한 책, 시도 읽고 그림도 보러 가고 악기도 하나씩 배워서 합주도 하고 합창도 하고 함께 모여 주말엔 등산도 하고...

 

 5개월에 시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너무도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고단한 일도 정리가 됬으니 명절에 푹 쉬고 본격적으로 밀렸던 책들을 하나 하나 읽고 정리해야겠다. 일 할땐 책이 읽고 싶고 한창 배우고 있는 기타도 치고 싶고 그랬는데 간사한 내 몸뚱아리가 과연 정말 그렇게 움직여줄지 모르겠다.

시원섭섭하면서도 뭔가 찜찜하고 안타깝고 부끄럽고 가을이 오는 것 같아 외롭기도 한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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