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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3
    무지무지하게 싼 유기농사이트
    다비

무지무지하게 싼 유기농사이트

진짜 이제 이런 거에 안 울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갈아엎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란 말에 나도 모르게 결국 울었다; 몇년쯤 전에 경매장에서 농민들이 어떻게 그가격으로 하냐고 내놓으라고 도로 싣고 가겠다고 그런 기사 보고 3일쯤 생각만 나면 울었던 거 같다. 난 정말 잘 안 우는 편인데 이건 내가 가해자니까.  

참거래(http://www.farmmate.com/shop/home.php3)
재작년부터 서른번 좀 넘게 이용한 사이트인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싸다. 택배로 와서 편하고 절차도 보통 사이트처럼 가입만 하면 되어서 생협보다 훨씬 간단하다.
지금 파는 것 중에는 유기농 밤이 있는데 키로당 3500원 정도다;; 배송료까지 8키로에 28000원.
보통 밤도 1키로에 5000원씩 파는데 비교가 안 된다. 일반 밤은 화학비료+헬리콥터로 지역에 살포하는 농약+처리약품으로 맛이 없다.
유기농 딸기도 올가나 생협보다 훨씬 싸다. 올가는 960g에 17600원(배송료 별도) 참거래는 1500g에 크기에 따라 15000-20000원(배송료 포함)
맛있어서 여러번 같은 걸 산 것만 해도 과일, 매실장아찌, 단호박, 고구마, 두부, 떡등등. 이번에 리뉴얼한 색깔은 별로지만 어쨌든 정말 싸고 좋은 사이트다.

▲ “농민들의 자식 같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서 농촌도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는 것.” 그런 소망 품고 사는 조태용씨. 인터넷 공간
에 친환경·유기농산물 직거래장터인 참거래농민장터를 열어두고
농민과 도시민을 중매하는 중매쟁이 노릇을 하고 있다.
ⓒ 김태성 기자
“이것 좀 어떻게 팔아줘야겄어.”
구례 문척면 박영근씨 집에 갔을 때 그 집 창고에는 방안에까지 황금 미니 단호박이 빼곡했다. 올해가 황금돼지띠라고 해서 황금색 미니 단호박을 심었는데 판로를 뚫지 못한 것이다.
“단호박만 팔아 버리면 올 겨울 근심이 없겠구먼….”

그가 찾아가는 곳에서 번번이 만나게 되는 한숨이다. 그러면 그는 미안하다고 한다. 그냥 미안해지는 것이다.

그런 날 그는 게릴라처럼 온갖 사이트에 이 농민이 처한 위기를 알리는 글을 올린다.
“제발 좀 구매 좀 해주기 부탁드립니다. 이들이 자연과 가까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이라고 부탁한다.
‘제발 좀’이라니, 그가 농민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읽어지는 대목이다.

타들어가는 농민의 마음에 닿아 있는 상품설명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하는 참거래농민장터(
www.farmmate.com) 운영자 조태용(35·구례 간전면 양천리)씨. 인터넷 공간에 친환경·유기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열어두고 농민과 도시민을 중매하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는 이다.

지리산 자락 사람들이 겨울엔 밤쌀 일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는 밤쌀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그것도 몰라?” 할까봐 묻지 않았다. 알고 보니 밤쌀은 알밤을 잘 말려서 하나 하나 손으로 까고 벌레 먹은 것은 칼로 정리한 것이었다.

그는 온라인에 올린  ‘밤쌀(乾栗)’에 이런 문구를 붙였다. “밥이 보약이죠. 진짜 보약 같은 밤쌀밥을 소개합니다. 밤은 자체 당도가 있기 때문에 달콤하니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올해 1200평에 토란을 심은 현근종씨는 수확을 포기했다고 했다. “작년에 토란 값이 좋았어. 그래서 토란을 심으라고 군에서 권장을 하드라고…. 너도나도 심었는데, 올해는 토란값이 폭락해 버렸지. 결국은 토란 캐는 인건비도 안 나오게 생겼어.”

수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절박했다. “여러분의 한 끼 식사를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이 아니라 건강에 좋은 토란으로 바꾸기만 하면 농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보다 쉬운 농촌 돕기가 있을까요.”

산속 깊은 곳 땅을 개간해서 20년이 넘도록 제초제 한 번 주지 않고 가꾼 오지 포도밭. 그 포도나무에 가득한 포도가 팔리지 못한 채 있는 것을 보고는 “먹는 사람뿐만 아니라 재배한 농민에게도 달콤하기를 바라면서 꿀벌도 취한 달콤한 머루포도 맛에 빠져보세요”라고 썼다.

 

그의 상품설명은 늘 타들어가는 농민의 마음에 닿아 있다. “한여름 비닐하우스 안 온도는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안에서 땀 흘려 재배한 방울토마토가 숯덩이만 남은 농민의 가슴에 묻히려 합니다. 유기농 방울토마토, 농민의 가슴에 절망으로 묻기보다는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드시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그가 상품에 붙이는 호객성 문구는 “골라 골라” “싸다 싸”류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상품설명’은 참으로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말은 딸기에도 통하는 말입니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맛있습니다.” 

“마침내 기다리던 옥수수가 잘 삶아져 탱탱하게 빛을 내며 식탁에서 반짝입니다. 그러면 가족들이 하나씩 들고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부는 겁니다. 옥수수에 얽힌 추억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먹는다면 더욱 좋겠죠.”

“스타벅스 커피만 우아하게 마시나? 복숭아도 우아하게 먹어보자.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5000원 안팎. 이 돈이면 맛 좋은 유기농 복숭아를 2, 3개는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스타벅스에 맞짱 뜬 복숭아를 먹는 법은 이렇다. “일단 눈을 감고 가급적 천천히 과육을 삼키시라. 이때 가슴 깊이 들어간 복숭아의 달콤한 맛이 당신의 심연을 건드리면 자못 ‘혹 내가 무릉도원에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사뭇 비켜갈 수 없는 유혹 아닌가.

▲ 생산자의 생계를 생각하는 참거래로 차려진 소박한 밥상과 한옥 사무실 한켠의 정다운 꾸밈
새.
ⓒ 김태성 기자

다 팔았을 때 보람 있는 일을 찾아

가족의 건강에도 좋고 농민에게도 좋다지 않는가. 이렇듯 대단한 ‘유혹의 기술’로 그는 배추를 팔고 복숭아를 팔고 토란을 판다. 이런 식의 거래가 비록 전체 농산물의 유통구조 속에서는 티끌 같은 것이라 해도 농촌에 대한 마음, 농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작은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 농촌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2004년 농촌으로 들어오기 전에 그는 마케팅 일을 하느라 일본 도쿄에서 2년 가까이를 지내기도 했다. 안 사도 될 물건에 할인쿠폰을 보내고 포인트를 누적시키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유혹해서 파는 일이 그의 직업이었다.

헌데 그의 직업을 바꾼 글을 만났다. 메가빅 석유회사에 다니던 로버트라는 사람의 ‘사직서’였다. “고객에게 파는 물건 생산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보다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정말 괜찮은 물건을 샀다고 믿게끔 만드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되는데, 이럴 때 저는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16쪽)

같은 이유로 그는 고액 연봉이 보장되던 직장에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팔면 팔수록 공허한 일이 아니라 다 팔았을 때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아냈다. 그게 유기농산물 직거래였다.

엉뚱한 인생의 전환은 아니었다. 그는 김제에서 벼농사 짓는 농사꾼의 아들이었다. 그에겐 부모님이 생산한 배추를 트럭으로 한 차 가득 싣고 나가 판매를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때가 스물 일곱 살이었나 보다. 5월에 심어서 12월 초 수확한 배추였다. 그 기간 동안 그토록 정성을 들여서 키운 배추를 친구와 둘이서 싣고 나르고 차 끌고 가서 내리고 하루종일 일했는데 20만원을 받은 것이다. “도저히 그 돈을 부모님께 내밀 수 없었다. 내 돈 30만원을 보태 드렸더니 값을 잘 받아왔다고 좋아하시더라.”

그런 뼈아픈 거래의 기억이 그에겐 있노라 했다.
2004년 추석날 구례에 내려온 그이는 농민후원조직에서 일을 하다가 홀로 참거래농민장터를 열었다.

ⓒ 김태성 기자

ⓒ 김태성 기자

“거래를 통하여 더 나은 세상 돼야  참거래”

그가 생각하는 ‘참거래’는 공정거래다. 정당한 가격으로 생산자의 생계를 이어가게 해 줄 수 있는 거래다. 구례읍에 가면 한 되 만원 주면 사는 서리태를 그가 마을에서 1만3000원을 주고 사는 것은 이윤보다는 관계를 따지는 거래다.

사람과 사람을 생각하는 거래, 자연과 사람을 배려하는 거래, 그것이 그의 참거래다. “거래를 통하여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는 건 참거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인터넷장터엔 지난 2∼3년 동안 교감을 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그가 거래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생산이력추적관리시스템이나 친환경인증스티커가 아니라 양심에 맡기는 거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테면 오일장터에서 “내 말 듣고 잡사봐, 다음 장에서 나만 찾을 것이여”라고 호소하는 생산자의 양심 같은 것이 스티커보다 더욱 그가 믿고 싶어하는 것이다.

“건강한 자연을 위해 유기농산물을 사 주세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좋은 줄은 알지만 살 수 없어요”라고. 그렇다면 유기농산물이 가난한 서민을 울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는 좀더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건강한 삶과 농촌의 희망을 키우기 위해, 다음 세대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소비 행태를 갖는 것은 도시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는 일종의 ‘투표행위’라고 합니다. 환경오염물질로 만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환경오염에 찬성하는 것이고, 수입 농산물을 구입해서 먹는 것은 곡물 메이저에 찬성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투표하는 마음으로 소비를 하자는 것입니다.”

ⓒ 참거래농민장터 제공

“갈아엎지 않을 정도의 가격…”

마진을 전혀 붙이지 않던 처음에 비하면 지금 그의 월급은 고액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1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는 이유는 농민과 소비자와 운영자 삼자가 행복해야 지속가능성이 생긴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즉 임금이 오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 않으며 보너스도 없는 이 직장에서 그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의 아내로 말하면 이런 생활을 ‘엄청’ 달가워하지 않다가 , 이젠 ‘썩’ 달가워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이와 사는 방식이 다른 아내가 그는 오히려 고맙다. 도시민의 정서를 가진 아내가 그의 균형감각을 잡아준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전에는 도시락 먹고 자전거를 탔다. 지금은 배송 때문에 낡은 차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가 자신에게 쓰는 목돈이라면 마라톤대회 참가비 3만5천원 정도. 그걸로 족하다.

만약 수입이 는다면 1년에 한 명씩 같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동지를 늘려 가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백만원을 기반으로 농촌에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것이다.

ⓒ 김태성 기자
그는 최근 구례 간전면의 한 빈집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마당에 우북한 풀을 베어 내고 흙벽바르고 들어온 사무실. 아침이면 이장님의 동네방송이 들리곤 한다.
“오늘은 쥐잡는 날입니다. 마을회관으로 오시면 끈끈이 쥐약을 2개씩 나누어 드립니다. 오후 2시에 일시에 쥐약을 놓아서 쥐를 소탕할 수 있도록 합시다. 죽은 쥐는 땅에 묻어서 거름으로 쓰시면 됩니다.”

그는 사무실이 마을 한가운데 있는 것이 맘에 든다. 농민들의 삶 속에 있으면 시시때때로 ‘각성’하게 될 것 같아서.
“농촌의 일상에서 농민의 어려움을 지켜본다면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겠죠, 하하.”

필시 빚에 짓눌리고 농산물은 팔 데 없기 일쑤인 농민들. 그들과 나란히 앉아 있으면 피우지 않는 담배를 피게 된다. 피워주어야 할 것 같아진다. 흔히 신문에서 만나는 농민의 사진이란 게 그런 것 아니던가. 논두렁 밭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애써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을 것을 고민하는 농민의 절망이 담긴 사진을 더 이상 만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농민들의 자식 같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서 농촌도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는 것.” 그가 품은 소망이다.

하여 “오늘 팔 것은 오늘 팔아야 하는 농산물. 갈아엎지 않을 정도의 가격입니다. 농민이 내민 지푸라기 같은 희망을 지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는 그 부탁을 그만 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 참거래농민장터 제공


남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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