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09/02/06 01:56

프로타고라스

"영혼의 양식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학문이네. 그럼 내가 자네에게 충고를 좀 하지. 소피스트들은 마치 육신의 양식을 파는 장사꾼처럼 자기 상품을 선전하고 다닌다네. 그러므로 우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하네. 먹을 것을 파는 장사치들도 그들의 상품에 대하여, 몸에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면서 제법 유익한 것처럼 그럴싸하게 마구 떠들며 선전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에게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도 상품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과 마찬가지로 지식이라는 영혼의 상품을 지닌 소피스트들은, 그것을 이 나라 저 나라로 갖고 다니면서 수요자들에게 파는 사람들이라네. 그들은 제법 그럴듯하게 자기 상품을 선전하지만, 그 상품이 영혼에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 플라톤, '프로타고라스'중에서

 

 

나는 인간의 성악설을 믿는다.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간은 착하지 않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본능에 충실하며 그만큼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때때로 폭력적이다. 어느덧 힘의 논리속에서 차츰 서열이 정해지고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거짓말도 쉽게 한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 지속적인 훈육과 학습속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움을 갖추게 된다. 좀 다른 얘기지만 그런 점에서 나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어느정도 이기적인 본성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으나 뿌리뽑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의 문장처럼 영혼의 양식은 영혼의 상품으로 활용된다. 오랫동안 교육은 기득권 소수만을 위한 값비싼 상품으로 존재해왔으니 뭐든지 팔아치울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극을 달리는 건 당연지사다. 제도적으론 중학교까지 무상교육이지만 심지어 영아기부터의 사교육시장에선 각종 교육관련 상품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이 소용돌이속에서 소위 '강남엄마들'의 경제력과 정보력은 그 어느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자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할까나? 그래도 차마 굴종의 삶을 떨치고자 참교육을 소리높여 외쳤던 그 시절은 싹 잊어버리고 우리 아이만 이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속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학부모된 자로서 열심히 돈벌고 학원 뺑뺑이시키며 빡세게 공부시킬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대안교육의 문턱도 결코 낮지 않다. 평균적으로 학원뺑뺑이 돌릴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니 내용은 둘째지고 빈곤층에겐 아예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이라서 점심도 주고 돈도 별로 안 든다니 그나마 감사히 여겨야겠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바랬었다. 내가 아이를 키울때쯤이면, 그런 무모한 희망을 품은 때가 19년 전인데 기본적으로 달라진 건 없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전교조랑 참교육학부모회도 엄연히 있는데 말이다. 이제는 이 사회가 되려 유치원생,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여성, 노인, 실업자 등등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울러 공부하라고 윽박지른다. 취업관련 학원엔 젊은이들이 자격증 학원엔 아줌마, 아저씨들로 빈 자리가 없을 지경이며 취직 안되는 국비교육이 넘쳐난다. 평생교육은 자기자신의 학문 수양을 위해서가 절대 아니고 무한경쟁사회에서의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 직장에서도 예전엔 자기 일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친절교육도 받아야하고 자꾸자꾸 새로 생겨나는 자격증도 시대에 맞게 구비해둬야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남거나 생존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더 공부해야 하고 더 이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오히려 한번쯤 박차고 나오는 쪽을 선택해도 좋을텐데 아이들 문제에서만큼 부모들은 기존의 시스템에 쉽게 타협한다. '현실이 그러니까' - 종종 현실은 우리의 이상을 좀먹는다. 그러니 자본주의는 더욱 견고해지지. 이 숨막힘을 우리 모두 적당히 견뎌내는 한 말이지.

 

덕이 그 당시에 얼마나 고귀한 개념이었는지는 동양사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플라톤의 대화편인 '프로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교육에 대한 논쟁은 여러 분야의 학문이 엄연히 존재하는 지금의 현실속에선 좀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여튼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 내용과 방법만큼 인간의 모습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주 조금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나와 내 아이에게도 아주 조금 다른 교육내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습했거나 학습하게 될 것들 - 한부모가정이나 빈곤, 노동에 대한 편견  등등 - 속에서 자신이 아닌 기득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판단하게 될 때 우리는 자주 좌절하게 될 것이다. 우선 당당한 내공을 갖기 위해 이런 오래되고 답답해보이는 책들을 끝까지 던지지 않고  읽는 중이다. 그리고 내 아이 역시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을 지우고 뻔뻔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공부와 훈련 - 즉 초등학교 4학년에게도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절실하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06 01:56 2009/02/06 01:56

트랙백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