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13/03/06 10:57

Affluenza

 

..이타적인 자본주의는 우리의 기본 욕구, 즉 정서적인 애착, 공동체, 효율성, 자치 등을 충족시키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는다. 이제는 우리가 이기적인 성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증진하고 게임에 공정하게 임하려는 강력한 충동을 가졌다는 증거들이 많아졌다. 즉 우리의 유전자는 이기적인 만큼 이타적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주도권을 쥘지 결정하는 것은 양육 방식과 사회다. 정부는 능동적인 권고와 완벽한 입법을 통해 돈, 부동산, 외모, 명성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줄임으로써 바이러스 가치에 직접 도전해야 한다. 이타적 자본주의의 슬로건은 “당신의 욕망이 아닌 필요를 충족시켜라. 소유하지 말고 존재하라. 경쟁 뿐 아니라 협동도 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현재의 정치 풍토는 말할 것도 없이 유권자 상당수가 바이러스에 눈이 멀어 변화의 필요성을 보지 못하지만, 내게는 이를 실현할 두 가지 제안이 있다. 첫 번째 제안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세 살 이하의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평균임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중략)... 두 번째 제안은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부의 상당 부분을 내놓게 하고 상위직의 보수를 평균 임금의 다섯 배 이내로 통제하자는 것이다(중략)...

 

- 올리버 제임스, '어플루엔자Affluenza'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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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국가에 살면서 '부자로 살고 싶은 욕망'을'질병'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올리버 제임스의  Affluenza에 쉽게 동의되지 않는 이유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부자를 꿈꾸게 만드는, 개인의 힘만으로 면역력을 갖기 어려운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필연적인 부작용일것이다.

나도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 하루 10시간을 넘나드는 고된 육체 노동에 치이지 않고 생활비 걱정 없이 여행 다니고 책 읽고 글 쓰고 사람들 만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이런 욕망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우울증, 불안증, 각종 중독, 강박증 등 글쓴이의 주장처럼 질병으로 몸과 마음을 좀먹겠지만 그것이 어디 나만의 탓인가. 부자로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유지하고 성장하는 것이 자본주의인 것을. 그래서 작가는 '이타적인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이타적인 유전자'를 가진 인간에 대한 신뢰 속에서 '이타적인 ' 정부와 자본을 꿈꾸는 것이다. 맞다. 현실을 금방 뒤엎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잘 믿기지가 않는다.  개인적인 삶의 질곡 속에서 이타적인 유전자의 가능성을 불신하게 되었고 의심과 회의로 가득찬 채 골방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그리고 희망은 잘 품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미래를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노력은 해봐야겠다는 생각, 딱 그정도.. 미국, 캐나다, 스웨덴, 중국 등 여러나라의 다양한 부자병 환자들을 만나고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 작가는 책 결말 부분에서 구조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사회주의적인 절충을 시도한 두 가지 제안은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복지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부의 불평등에 대한 재조정 없이 가능한 대안사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건강을 위해 자신의 정신세계라도 바꿔야 한다. 요즘 한창 유행인 힐링 열풍 역시 그렇다. 스트레스 없이 체념하고 포기하는 법,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기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여러 분야의 99%가  자신의 삶에 긍정정인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평생 되새김질하면서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사회적 관심과 책임은 방관한 채 온통 개인의 능력으로 떠넘기는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   ' 그 명확한 한계만큼이나 힐링'은 꼭 필요하고 절실하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윤구병교수의 철학까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가난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한 마디였다.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공동의 노력을 쏟지 않는 한' '소외된 노동'으로부터 필연적인 좌절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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