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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떠나보내는 데 참 일이 많다.
지난 4월 점심을 먹고 난 뒤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이건 무슨 일인가?' 그냥 넋놓고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가치 피워물었다.
별일 아닐 거라며 생각을 멈추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 도착 10분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벌써 석달이 다 되 간다.
그동안 난 경찰서와 관공서, 병원, 보험회사, 노무사, 변호사, 장안동 중고차 시장까지 돌아다니고, 온갖 증명서와 서류들과 항의와 협박과 설득과 자문들로 시간을 보냈다.
서류로 만나는 아버지는 너무 간단하기도 너무 복잡하기도 했다.
온갖 서류처리들로 혼자 동동거리기도 했고, 가끔은 식구들에게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다.
오늘 한고비를 다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또 보충 서류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솔직히 짜증이 일어났다.
한 사람이 세상을 마감한 뒤 처리해야할 행정적인 일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면서
한 사람이 세상을 마감할 땐 돈이 한푼 없거나 변호사가 다 처리할 만큼 돈이 많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리곤 깜짝 놀랐다.
아버지를 잊고 있었다.
혼자 두 줌재로 남아 선산 마을을 내려다 보고있을 아버지를 잊었다.
도자기 안에서 내내 답답하게 계실 아버지를 잊었다.
오늘 다른 블로거의 글을 보다가 썩지도 않을 도자기 안에 갖혀있을 아버지와 큰언니가 생각이 났다.
더운날 시원한 산바람도 쐬지 못하고 도자기 안에 갇혀있을 아버지와 큰언니에게 미안했다.
다 되어 돌아가지도 못하고 머물러 있을 그들에게...
엄마 말대로 아부지는 절 근처에 산골을 할것을... 후회했다.
산 사람들 이기심이 죽은 이들을 자유롭게 못 하는 것 같다.
아부지 장례를 치루고난 지 얼마 안되어 내 친한 이들에게 난 산골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랬다.
3일장도 치루지 말고 그냥 3일 동안 연락하고 발인날 오신 이들에게 밥 한끼, 술한잔 대접하는 파티를 열어달라고 했다.
내가 이제껏 살면서 신세졌던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내가 내는 한 턱!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사람들이 술도 마시고 떠들고.
간 이는 간 이고, 산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그리고 내내 까칠하게 돌았던 내가 그냥 흙이되고, 거름이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어 스며들게...
그래서 마지막은 녹아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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