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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를 보다

아이의 첫번째 여름방학을 잘 보내는 것에는 성공했는데 여전히 기록에는 불성실했다.

이것저것 학기중에 못보았던 공연이나 전시회를 찾아다니다 보니 기록이라고는 달랑 사진 몇장이 전부이다. 블로그를 정말 열심히 활용해 볼 참이었는데... 게으름이란...

 

서울시립미술관은 언제 가도 참 편안하고 싱그럽고 기분좋아지는 곳이다.

미술관 내부도 그렇지만 들어가는 입구가 참 마음에 든다. 나무며 계단이며 냄새등이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 같다. 아이와 같이 덕수궁 뒷담을 걸어들어가는 맛도 쏠쏠하다.

미술관이 마음에 들어 피카소전을 보러가는 마음이 한껏 부풀었는지도 모르겠다.

 


 

피카소는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여러 통로를 통해 그의 그림을 주변에서 접해왔었다.

아이랑 미술관에 가기 전에 피카소에 대해 알아보느라 또 여러 작품을 미리 보고 갔지만

실제 전시장에 들어가서 본 원작의 느낌은 인쇄본이랑은 비교가 되질 않았다.

선명한 칼라들도 그렇고 피카소 특유의 화법도 그렇고 직접 본 피카소의 작품은 정말 대단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과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의 설명 없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림들을 해석하고 느끼며 훨씬 넓은 감정을 표현한다. 

아이가 글을 몰랐을 때는 그림만 보고 작품의 느낌을 이야기 하더니 이제는 글을 안다고 그림을 보기전에 제목을 먼저 보고 있었다. 글자를 안다는 것은 이런것일까?

제목과 그림을 연결시키려 애쓰기도 하고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을 보면서는 '뭐 저래'식의 반응들을 보이더니 점점 많은 작품을 보면서는 결국 그림을 위주로 감상을 하게 되었다. 어른인 나보다 훨씬 자유로운 눈으로 멋진 해석들을 해가며...

 

피카소는 나이가 들수록 최대한 단순화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원과 선으로만 구성된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것 같다. 아이의 눈에는 단순함이 해석하기 쉽고 자기도 할 수 있겠다는 표현의식을 갖게 하는 모양이다.

전쟁에 관한 슬픈 그림들에 대해서 나는 슬프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는 무섭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그린다면 이렇게 이렇게 그릴텐데 말하기도 하고 실제 집에와서 그려보기도 했다.

 

미술작품은 언제봐도 원본으로 보는 것이 백배는 더 감동적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 지 모를 일이니 (유럽에 직접 가서 보지 않는 한) 아이와 함께 한번더 보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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