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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4/25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1)
    불그스레
  2. 2005/04/02
    아아... 꿋꿋해라!!(1)
    불그스레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삼국지 하면 역시 고우영 삼국지! 수호전 하면 고우영 수호전! 초한지 하면 고우영 초한지! 이두호의 임꺽정 이전에 고우영의 임꺽정이 있었고, 가루지기전은 우리의 성문학을 이어받은 섹스를 소재로 한 성인만화의 백미였다. 중국의 쿵후와 일본의 인술을 배운 일지매는 요즘 흔히 유행하는 퓨전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성인을 뛰어넘어 청소년들에게까지 인기있던 만화였고.

성인만화만 그렸던 것도 아니다. 어린이잡지였던 소년중앙에 연재했던 <거북바위>는  세 형제가 각기 한 가지씩 기술을 배워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고 하는 우리의 전통설화와 무협적인 요소를 조화시킨 수작이었고, 새소년에도 이해창선수의 어린시절 등 다양한 만화를 그렸었다. 흔히 성인만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소년만화도 적지 않게 그려온, 그래서 아직 어린 나이였던 내게도 친숙한 만화가가 바로 고우영 선생님이었다.

천의무봉이라. 선녀가 지은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고 하던가? 그야말로 무애의 경지였다. 어디 하나 걸리는 것 없는, 그대로 마음 가는대로 지어낸 인위가 배제된 자연스러운 그림과 자연스러운 연출과 자연스런 이야기들. 때로는 억지스럽고 때로는 유치한 우스개까지도 그 단순하고 엉성해 보이는 그림 속에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여백의 미라는 것이 만화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고우영 선생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문인화의 여유와 자유로움이 만화의 컷 안에 담아질 수 있음을 고우영 선생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내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세 분의 만화가 가운데 한 분. 그리고 내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만화가 가운데 한 분이라고 꼽는 분. 한국이라는 나라가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큰, 그래서 한국이라는 틀에 갇혀 오히려 작아졌다고 여겨지는 너무도 크고 너무도 큰 그저 크기만 한 분. 그것이 내게 있어서의 고우영 선생님이시다.

그 고우영 선생님이 오늘 돌아가셨다. 향년 63세. 천수를 누리시고 가셨다면 천수를 누리시고 가셨다고 할 수도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나이다. 요즘 70을 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70을 넘어, 80, 90을 넘겨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절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63살. 10년은 더 살아서 그 천의무봉의 필력을 보여주실 수 있는 나이에 너무도 일찍 가셨다.

솔직히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우영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니.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오보라며 정정보도가 나올 것 같다. 아니 돌아가신 줄 알았던 분이 다시 살아나실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천하에 그 쌍을 찾을 수 없는 필력을 다시 보여주실 수 있을 것만 같다.

돌아가시다니. 그 분이 돌아가시다니. 아득하다. 그야말로 아득하다. 이제 고우영 선생님의 <삼국지><초한지><수호지><임꺽정><일지매><가루지기전>등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유작이 되는 것인가? 처음 그 작품들을 보고 문화적 충격과도 같은 감동에 휩싸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그 작품들이 선생님의 유작이 되는 것인가? 그저 아득할 뿐이다. 슬프지도 않고 그저 아득하고 아득할 뿐이다.

하긴 선생님은 돌아가셨어도 쉬이 쉬지 못하실게다. 그분의 그림과 그분의 이야기와 그분의 해학을 안다면 하늘에서도 선생님을 그대로 쉬도록 두지 못할테니까. 아마도 지금쯤 하늘 어디에서 새로이 작품을 준비하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다. 하늘 저 위 이승을 벗어난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이 웃고 울고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을 그리느라 다시 책상 앞에 앉으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실게다.

그래서 명복은 빌지 않는다. 저 위에서 영원토록 그 재미있는 만화들을 계속 그려주시기를 바랄 뿐. 언제고 그 작품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 그분은 고우영선생님이시니까. 나 스스로가 인정하는 가장 존경하는 작가 고우영 선생님이니까. 선생님 그곳에서라도 재미있는 만화 많이, 많이,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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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꿋꿋해라!!

사람들이 별로 잘 보지도 않는 일본 드라마. 그것도 일본에서조차 별 인기가 없는 대하역사드라마. 더구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겐페이 합전 당시의 영웅 미나모토 요시츠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 <요시츠네>다. 써봐야 솔직히 뭔 소리 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그런 드라마. 그런데 꿋꿋하게도 매회 감상문을 써대고 있다. 그것도 무쟈게 길게.

 

확실히 작년 <신센구미>에 대해 쓸 때와는 반응이 확연히 구분된다. 최소한 <신센구미>는 리플이라도 있었다. 뭐 어떻게 생각하느니, 여기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느니 하는. 그런데 <요시츠네>에 대해서만큼은 반응이 없다. 사실 읽는 사람도 거의 없고. 그야말로 꿋꿋함. 읽는 사람 없어도 나는 쓴다고 하는 악과 깡의 글쓰기라 할 것이다. 

 

젠장. 이러다가는 블로그 방문자 다 끊기겠다. 빠른 시일 안에 남들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포스트를 하나 정도 세워야지. 뭘 쓰는 게 좋을까? 이것저것 쓴다고 자료조사 하다가 왠지 쓰지 않아도 배불러져서 때려친 것이 태반이라는... 음... 다카하시 신의 <최종병기 그녀>나 써볼까? 요즘 저작권 문제가 하도 시끄러워서 그림 없이 써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당분간은 요시츠네로 쎄운다. 방영분 따라잡을 때까지. 아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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