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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변제 파티를 왜 하는가?

 

요즘 이 동네에서는 천일야화보다 더 긴 소문들이 휘돌고 있습니다. 영화제 동네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쪽 영화제도 촛불 시위에 참여했나요?” 또 누군가는 집달리에 버금가는 갑작스런 감사 때문에 머리털 한 움큼이 숭덩 빠졌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우리 인디포럼처럼, 영문도 없이 이유도 없이 그간 꾸준하게 받아오던 영진위 단체 사업 지원에서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는 소문의 진원지에 대해서, 그 진상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영화제들에 대한 정부의 애증의 주파수가 달라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영사기 대신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갔기 때문에 미친소의 응징을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인디포럼 영화제의 포럼 주제는 ‘촛불 1주년’이었습니다. 그 탓이었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요즘 이 동네를 휘돌고 있는 천일야화보다 더 긴 소문들의 정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단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가난한 독립영화 영화제인 인디포럼이 빚더미에 깔린 채 드러눕게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 불황 때문에 후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의 동아줄이던 영진위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되니 2009년 영화제를 치루고 나서 두 손 가득 빚만 들게 된 것입니다.

아, 그렇지요. 아울러 또 하나 알고 있는 게 있습니다. 14년 동안, 이런저런 잦은 부침과 풍랑 속에서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인디포럼이 그깐 빚 때문에 혀 깨물고 쓰러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뻔뻔하기 때문입니다. 얼굴 낯가죽 두께가 14년이나 축적되어 체면이 아예 상실되었기 때문입니다. 인디포럼은 염치 없이 태연한 영화제인 것입니다.  

경제도 어렵고 영화제 지원도 정치색에 따라 경색된다면, 그렇다면, 십시일반!

그것이 바로 인디포럼이 질기게 버티는 방식입니다. 뻔뻔하게 빚진 걸 드러내놓고 그렇다면, 십시일반하자고, 원하지도 않는 정치색을 입혀 영화제를 저울질하고 차별하는 현재의 세태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상호부조의 열띤 교환 속에서 강건하게 살아남자고, 당신들 손이 두 개가 보태지고 열 개가 보태지면 다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노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디포럼이 파티를 엽니다.

그렇다면, 십시일반!
- 인디포럼 채무변제 파티

독립영화인들을 초청합니다. 충무로 영화인들도 초청합니다. 그리고 더 크게 팔 벌려 관객 여러분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인디 밴드들도 모시고, 배우들도 모시고, 영화인들과 관객 여러분들도 모시고 듣도 보지도 못한 흥겨운 채무변제 파티, 그 십시일반의 황홀경 파티를 엽니다.

물론 채무변제만를 위해 파티를 여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 파티를 열며, 그간 인디포럼을 비롯한 다른 군소 영화제들이 정부 보조금에 길들여져 행여 자생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치열한 사유와 반성이 함께 곁들여지기를 원합니다. 또한 향후 10년 동안, 영화제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를 되묻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컨대 우리의 전략은, 당신들의 전략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전략은 바로 십시일반이다! 라는 흥겨운 귀띔을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상호부조의 파티, 배려와 나눔의 파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디포럼 채무변제 파티 홈페이지

http://indiefor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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