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쁜 일과 그리고 물음표로 남는 일이 있다.
기쁜 일은 내가 녀성주의 상담연구실에서 만난 언니와 토요일에 차 한잔을 했다.
그녀와 차 한잔을 하게된 계기는, 그녀의 치료 연구소를 친구에게 상담받으라고
소개시켜줬는데,
그 과정에서 연구소가 재정난에 있다는 걸 알고 나도 소액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연구실에 놀러오라고 했고, 나는 누구한테 놀러가서 넉살좋게 수다떠는 걸
잘 하는 인간이 아니기에 좀 긴장한 마음으로 갔다.
그녀도 처음부터 말이 많거나 엄청난 붙임성을 자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솔직하게 나를 개방할수록 그녀와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따뜻하고 성숙한 사람이었다. 조금 외롭고 추우면서 사랑을 필요로 하는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나이 마흔에 너무 충만하고 안정되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 내가 춥기도 하다' 라고 말하는 그녀가 더 인간적이었다.
그 언니는 타인에게 많이 베풀고 싶은, 사회적 엄마로 살고 싶어하는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여성주의와
그녀가 연구소에서 여성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해하고 삶의 깊은 의미를 찾는 것을
지지하고 싶었다. 그 연구소가 계속 됬으면 싶었고, 돈때문에 문닫지 않았으면 싶었다.
타인과 나를 하나로 바라보는 삶, 나와 타인 사이를 가르지 않는 삶, 타인안에서
나를 발견하기에 적대할 일도 이해하지 못할일도 없는 그런 삶을 어느정도는
살고 있는 것 같은 그녀가 내공있어 보였다.
한편으로는 비혼여성이면서 괜찮은(?) 수입이 없는 여성의 삶이 힘들게 느껴
졌다. 아무리 훌륭한 정신이 있어도 배고픔이 오래지속되는 것은 힘든일이다.
비혼의 삶은 멋진데...돈이 없는 것이 힘들단 말야
계란만 먹고 살고 싶지는 않은데.... 돈이 없음으로써 서로에게 팍팍해지고
어떤 가능성을 꿈꿀수도 없게 되는 상황, 그게 난 참 두렵다.
최대한으로 이 방면에 있어서 실질적인 능력과, 버틸 수 있는 내공을 가져야겠다.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때 재정난에 처하지 않을 일은 없을테니까...
내 주변에도 은근히 그녀가 하는 표현예술치료라든지 타로라든지
사이코드라마에 관심있을 사람들이 (소수지만)있는....내가 좀더 내공이
쌓이면 여성주의 상담에 대해서 나와 친구가 하고 있는 소모임과
그쪽과 뭔가 연계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뭔가 실마리를 하나 잡은 것 같았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녀 앞에서 내가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뭔가 그녀가 마음에
들어할만한그리고 그녀를 편안하게 해줄만한 말들을 찾기위해서
고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내 얘기를 다 했을때 그녀가 ' 00 씨 참진솔해'
이렇게 평가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이끈다고 해야되나....
난 진솔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상대가 나를 진솔하게 보지 않는다고 해도
나 스스로 진솔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점점 더 진솔해지고 싶다.
아직은 타인앞에서 타인의 취향에 맞추려는 기질을 버리지 못한 자신을 확인했다.
이것에 대해서 마음편해지고자 의식적으로라도 마구 입에서 나오는대로 말하고
왔는데, 그녀는 역시 상담자니까 나의 억압된면, 다각적인 모순된 마음을 얼추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이다.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 그녀가 전해 받을 수
있었던 메시지가 '당신에 대해서 호감이 있소, 더 진솔해지고 싶소' 로 정확히
전달되었다면 충분하다.
기쁜일은 썼는데 물음표로 남는 일은 다음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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