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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의 절규

2011/12/01 00:11

 

 

 

 

요즘 무척 고독하다.

 

언제는 고독하지 않았냐마는.  새삼고독이 친구처럼 다가온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서 사실 하는 것들이 있다. 사실 고독하지 않기보다는 '고립'되지 않기위하여

 

, 또 어떻게든 세상 살만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영어스터디도 빡세게 하고,

 

운동도하고  독서도 꽤 맛나게 하며,  이따금 보고싶은 영화등도 보니 나쁘지 않은 생활이다.

 

 

 

 그렇지만 이 활동들에는 나를 표현하고 깊이 알아가고, 또 채워가는 것이 결여되어있다.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도 나를 표현하고, 내 안에 있는 깊은 열망이나 잠재력 등을

 

 끄집어내서  그걸 더 구체화시키고 정말 사는 것처럼 살아보려고 쓰는 것이다.

 

 

 내 삶에는 지난 몇년간, 아니 아얘 애초부터 나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나만이 가진 자질을

 

 거침없이 표현하면서 그것으로 나온 결과물을 바라보고 스스로 만족하고 든든한 자아를 쌓아

 

 나가는 과정이 부족했다, 혹은 결여되어있었다.   나는 진중하고 또 심각한 모드로 세상을 산

 

 편에 속하지만,  심각함속에는 거친 열정보다는 회의나 냉소 그리고 부적응에서 나오는

 

 방황이 더 많았다.  분명히 거친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끼던 순간들도 많았

 

 지만, 쉽게 낙담하고 쉽게 회의하면서 그 열정들을 조금씩 조금씩 사그라뜨렸다.

 

 

 이제 내 나이 서른살, 남의 눈치 볼 것도 없이 아쉽지 않게 달려가고만 싶다.

 

 

언제나 나는 제도권에 완전히 안착하지 못하고 부적응하는 사람이었다. 그 제도권이란

 

아마 가족의 일원으로서, 학생으로서, 집단의 일원으로서, 여자로서  주어지는 규율을

 

내면화하고 순응하여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요구하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

 

지는 체제를 의미한다.  이렇게 언제나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한번도 내가 속해있는

 

공간에 가슴깊이 안착하지 못함을 자조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게 내가 가진

 

정체성인것 같다.  이게 30년가까이 내가 형성된 결과물이고, 늘 그러한 상태에

 

있으면서 내 마음속에 있었던 깊은 공허감 상실 그리고 외토리같은 느낌을 어떻게든 그

 

무엇으로 만들어내기 위하여 발악하는 활동들이 나다운 나를 만들게 할 것 같다.

 

 

 

getaway 라는 액션영화를 보았다.  킴베신저와 알렉볼드윈이 나오는 영화로, 내용은

 

뭐 그냥 그랬다.  근데 그 영화를 보면서 난 그 주인공들에게 동화되었다.

 

인생 한탕 은행털이해서 때깔나게 살고 싶어하는 강도집단이 어찌보면 지금의 내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인것 같았다.  바르게 살기위해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위해서, 조화롭게 나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 과정을 끈질기게 견뎌낼만큼 나에게 그런 강한 동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난 지금 눈앞에 놓은 것들만 볼 수 있고 작은 이익에 급급하고 그런사람이다.

 

가슴속에 품은 깊은 뜻을 위해 등불을 밝히고 노력하기보다는

 

 오늘 밤에 배깔고 누워서 소설책보고 싶은 그런 유혹에 지는 사람이고

 

 정신적으로도 무척 불완전해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오랫동안 받아왔음에도

 

아직도 안정을 찾지못해서 그냥 세상에 잘 적응해서 어떻게든 즐겁게 살기만해도

 

 칭찬해줄만큼 위태위태한 인생이기도 하다.

 

 

   머리카락 엉켜서 막힌 욕조배수관처럼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물만 흘려보내면서 살고 있기는 하나,  재미있게 살고 싶다.  멋진 걸 만들어내고

 

  싶다. 이 순간 죽게되도 후회스럽지 않을만큼 이렇게 괜찮은 것을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간다

 

   라고 하고 싶다.  나 나름대로 가진 한계안에서 할 수 있는 멋진것- 가치까지 있으면 더 좋다

 

  그런걸 하고 싶다.

 

  

    거침없이 말할 대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 아 정말 우리가

 

   오늘 대화를 통해서 산을 쌓았구나'  라고 느낄만큼 그 대화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호기심 열망들이 매순간 표현되고 그것이 상대의 열망과 맞물려서 순간순간

 

    접합되는 그런 느낌을 맛보고 싶다.  말할때 조심하기 위하여 들이는 에너지보다, 숨김

 

    없이 내 마음속의 그 무엇을 퍼내기위하여 동원되는 에너지가 더 많은 대화 말이다.

 

    듣기위하여 귀 기울이는 그 순간이  배려의 무게로  지렛대를 누르고 있는 것이 아

 

  니길 바란다.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내가 그 사람에게 기울어져 있기를

 

  바란다.

 

 

  나는 나를 너무 억제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억제하며 살아온 삶은 억제하지 아니함만

 

  못했다.  이제는 억제하지 않으려해도 뭘 억제하고 싶지 않은지 모를정도로 내 안에

 

  잡스러운 욕망밖에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나마 꺼져가는 불씨라도 살려보고싶다

 

   단숨에 활활 타오를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자글자글 타오를 수 있는 단단한 기름덩이가 있다. 오래도록 끈적하고 눅진하게

 

  엉겨붙는 찰진 기름덩이가 있다. 불판에 구우면 생각보다 맛있는 냄새가 날것이다.

 

  고소한 냄새 풍기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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