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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희망을 갖자!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내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첫번째, 새로운 관계맺기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안그래도 늘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다른 누군가와 쉽게 친해지지도 못하는 편이어서 오지랍이 참 없기도 한데다가...  절친했던 사람들과도 시공간에서 멀어지면 잘 챙기지도 못해 인연이 끊어지기도 다반사... 이런 내가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면 정말이지 속수무책! 방도가 없는게다. 그나마 하고 있는 음악 때문에 존재는 노출이 되는 것 같다.

 

  술도 덜 마시게 되는데, 전에는 혼자서라도 갈 수 있었던 작은 바가 있었다. 삿뽀로 생맥주를 마실 수 있었던 곳, 주인씨와 기타치며 잼도 하고 노래도 하고 그러다 보면 맥주한잔 얻어먹기도 했던 곳. 근데 언제부턴가 그저 적적히 술한잔 마시고 슬픈 노래 한소절 부르다 집에 가려고 하면, 다른 손님들이 이것저것 노래해달라는게 귀찮아져서 이젠 잘 안가게 되었다. 그런게 싫어서 "업소"도 그만두었던 건데 말이다.

 

   머 이런 증상을 급성(혹은 일시적) 대인기피증이라면 맞을까 모르겠다. 지어대기 나름이니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혼자 놀 수 있는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꽤 긍정적 일일 수 있다. 다른 일들에 밀려 평소에 하고자 했었던 일들을 즐겨할 수 있으니 그런 것은 대략 이렇다. 그동안 쌓아둔 책들을 일독하거나,  기타앰프에 MR을 물려 헤비메탈밴드할 때 연습했었던 곡들을 쳐보기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누워서 배 위에 기타를 올려놓곤 천장을 보며 흥얼흥얼 리프와 멜로디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물론 그러다 대개는 잠이 들어서  다 잊기마련이지만... 간혹 가사를 맞춰가며 곡을 완성해보기도 한다. 물론 그것도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요즘 주로 읽는 책들은 2차대전 전후사, 중동, 이슬람, 팔레스타인, 북조선 등의 역사와 문화, 제국의 근현대사에 관한 것들이다. 길바닥평화행동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노래도 부르지만 평화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싶어서 조금씩 조금씩 읽어보려고 책을 쌓아두었건만... 미루고 미루고 이제서야 보게 된다. 또 지난해 말에는 전쟁의 폭력성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고 싶어 무수한 전쟁과 학살에 관한 영화들을 보았다. 그러고 난 후, 난 오히려 밀리터리 영화광이 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니 적당히 봐야지. 몰아서보니까 그런거 아냐~'

 

   20세기초, 제국주의 질서로부터, 또는 두차례 대전쟁의 승전국들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나라와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또한 전쟁을 하지 않으면, 파괴하지 않으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있다. 그들은 냉전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방어"해야하고, 스스로가 가진 모든 것으로  위협하면서 "억제"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학살과 테러를 조장하고 전쟁을 일으킨다. 그들이 조장한 학살과 테러는 끝내 자신의 턱밑에까지 왔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또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21세기초, 초특급 전범이 임기를 마칠무렵, 버블버블거리며 위기가 다시 도래했단다. 이제는 금융위기다. 누구도 뚜렷한 해석을 하지 못한다. 제국의 대통령을 갈아치우는데 필요한 40여일을 남겨두고 터지는 위기는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누가 되냐라건 관심없다만... 테러위기와 경제위기, 무기와 금융... 석유/군수자본과 투기자본. 자본주의의 최첨병에서 또다시 조장하는 위협. 이제 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

 

   오늘도 난 여전히 길바닥에서 평화를 노래하겠지만, 비도 오고 하니 왠지 무력해진다. 책을 파고들어간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수양을 해야하나... 어쨌든 그래서 난 요즘 세번째에 몰두하고 있다.

 

 

 

   그 세번째는, 야구를 보는 것이다. 

 

   연초에는 밴드한다고 연습하느라 행사뛰느라 바쁘게 지냈고, 촛불이 타오른 중반엔 거리에서 살았다. 촛불증후군도 잠시 있었지만 금새 잊었고, 연애에 도전을 했지만 또 얼마되지 않아 실패했다. 그렇게 관계에, 계절에 적응못한채 좀비처럼 살다가 다시 관심거리를 찾은건데... 그게 야구다. 당분간 야구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오부리기타강좌에서는 곡을 애널라이즈하지만, 야구경기를 애널라이즈해보는 것도 매력있을 것 같다.

 

   근데 올해 아직 야구장에는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이번주엔 꼭 갈려고 하는데 누구라도 좀 같이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머 혼자서라도 괜찮다. 가서 만날 수도 있는거니깐.

 

    직장 동료중엔 함께 Bears 경기의 응원을 하다가.. 옆자리에 앉아있던 왠 남자가 파울타구에 머리를 맞아 정신못차리걸 돕다보니 연애를 하게되었고 얼마전에 결혼까지 한 사람도 있다.  

 

   그래...  나라고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겠어. 결혼은 모르겠다만...

 

   어쨋든 희망을 갖자! 그래도 살아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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