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청도한옥학교에서1.(2)
- 만년초보
- 2009
-
- 4대강 정비의 신화(최호철 ...
- 만년초보
- 2009
-
- 켄 로치에 대한 쓴 소리
- 만년초보
- 2008
-
- 고진의 [트랜스크리틱] 비판...
- 만년초보
- 2008
-
- 우리 딸아이가 쓴 동화(엽기...
- 만년초보
- 2008
전문가(專門家)
기형도( [잎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 1989)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 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끼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담장을 떼어냈을 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
이래저래 퇴임을 앞 둔 나의 지도교수와 패밀리의 관계도 생각나고, 내 모습도 아른거린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카리스마, 혹은 사탕발림, 아니 오히려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 진지함..
그것이 오히려 골목의 어둠과 모순을 가리는 유리담장이 될 수도 있을 터!!!
주의하라! 주의하라!! 주의하라!!!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