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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6
    전문가(기형도)
    만년초보

전문가(기형도)

전문가(專門家)

 

기형도( [잎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 1989)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 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끼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담장을 떼어냈을 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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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퇴임을 앞 둔 나의 지도교수와 패밀리의 관계도 생각나고, 내 모습도 아른거린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카리스마, 혹은 사탕발림, 아니 오히려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 진지함..

그것이 오히려 골목의 어둠과 모순을 가리는 유리담장이 될 수도 있을 터!!!

주의하라! 주의하라!!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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