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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 인정과 차이의 존중

 

006년 5월경 부터 세미채식을 시작해 2007년부터 페스코 채식중이다. 채식을 왜 하느냐 묻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사실 나의 채식은 여러가지 이유가 접목되어 있어어 "이것 때문이에요."라고 확실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건강상의 문제와 육식문화에 깃든 가부장문화에 대한 거부,  또 자연에 대한 죄책감과 환경운동에 대한 각성 등등 정말이지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다.

 

채식을 시작한 이유로 가장 먼저 접했던 것은 사회의 선입견이다. 밖에서 밥 한 번 사먹으려면 정말이지 고역이다. 온통 고깃집 투성인데다가, 겨우 겨우 골라서 들어가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 있는가를 확인하고 메뉴를 선택하기 까지의 과정은 꽤나 복잡하고 곤혹스러웠다. 이 과정에서 물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몇개 되지 않았고 그 또한 육수나  장조림같은 부재료를 빼고 달라는 주문을 잊어버리고 육류를 포함하고 나온 적도 많았다. 심지어 몇몇은 채식을 '정식적 사치'로 규정해서 바라보기도 해서 이 또한 설명하는데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런 여러가지 것들보다 더욱 난감한 것은 사회생활의 어려움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내가 일해왔던 곳은 다름을 인정해주는 곳이어서 식사를 하면서 얻는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친구나 가족의 반응이 격렬했고, 때때로 나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내가 하는 채식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주위의 시선이 주는 불편함보다 채식이 나에게 주었던 이점이 많았다. 식탐이 줄어들고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며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 스스로 실천을 하고 있다는 의식을 시시각각 심어주었다.  채식이 주는 즐거움은 상상이상이었고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 무엇보다 1년간 채식을 하며서 얻었던 중요한 깨달음은 "다름의 인정"이 "다름의 존중"으로 연결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가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 나와 함께 생활하며 나의 채식을 존중해 주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때때로 그런벽에 부딪칠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타인을 설득시켜야 하는지, 양해를 구해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행동해야 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리고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받기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알게 됐다. 아마 이 깨달음이 채식이 나에게 주었던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물론 정답도 어떠한 결말도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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