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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국주의 꼭두각시 노릇 그만 두어라"

미국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두어라                    장신기

1944년 한반도의 친일파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무너질 줄 모르고 조금이라도 더 친일을 하려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따라서 반미구호를 외치느라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1945년 일본 제국주의는 무너졌다. 1988년 동구 유럽의 구소련 지지 권력자들은 구소련 제국주의가 무너질 줄 모르고 구소련 권력자들에게 아부하려고 변화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1989년 구소련은 하루아침에 스스로 무너졌다. 1944년의 일본과 1988년의 구소련처럼 2005년의 미국 제국주의는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한 예로, 남아프리카 흑백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이유로 넬슨 만델라와 함께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클러크(FW de Klerk) 전 남아공 대통령은 미국 미주리 주립 대학교의 강연에서 “미국 주도의 지구화는 이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적 지구화를 강행한다면, 미국의 주도권은 상실될 것이지만 선진국 중심의 (근대화 과정에서) 배제된 저개발 국가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토대로 한 (탈근대적) 지구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러크는 국가보안법과 동일한 아파르트헤이트를 토대로 흑인과 흑인을 지지하는 백인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인 남아프리카 백인 독재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다. 1948년 영국과 미국의 절대적인 지원 하에서 만들어진 남아프리카 백인 독재정권은 1950년 미국의 맹방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남아프리카를 지원하였고,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남아프리카 백인 독재정권은 미국을 대신하여 남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나미비아,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등의 아프리카 주변 국가들의 흑인해방 세력을 억압하고 말살하는 선봉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미국은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와 독일 등등의 언론과 미국내 NGO 단체들, 그리고 UN의 반대에 부닥쳐 남아프리카 백인 독재정권을 지원하지 못했다. 미국의 지지를 잃은 남아프리카 백인정권은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아프리카 백인 보수주의 정치가들과 아파르트헤이트의 권력과 폭력을 휘둘렀던 경찰과 군대는 흑인들과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백인 독재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클러크는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하고 공산당과 아프리카 민족회의를 합법화시켰다.

남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우리 한반도도 50년 동안 지속된 남북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ㆍ15 남북공동선언>이 만들어졌다. 남아프리카 흑백갈등을 해결했다는 이유로 클러크와 만델라는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가 되었다. 한반도의 두 지도자도 당연히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가 되었어야 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여 김대중 대통령만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96년 새롭게 만들어진 남아프리카 헌법의 골조는 “인종, 사상, 종교, 성을 매개로 차별을 하거나 억압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시키”는 소수자를 위한 공공의 역할이다. 만약에 인종이나 사상, 혹은 종교나 성을 매개로 그 누구를 차별하거나 비난을 하면 그 누구라도 법의 근엄한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남아프리카는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가장 늦게 해방된 나라이면서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과 더불어 유럽이나 미국의 식민지 문화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자발적인 평등의 문화를 창조하는 선봉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흑백갈등은 남아프리카의 근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350년 동안 고착된 것이다. 그것이 해결되었다. 그 힘은 한 때 미국의 지원으로 권력을 유지하였던 클러크로 하여금 미국 제국주의를 비난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지구상의 내부적인 지역갈등은 한반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반도의 남북갈등은 단지 50년밖에 되지 않았다. 350년의 흑백갈등이 해결되었는데 소위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형제자매이며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는 우리 한반도의 남북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 이유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도 세계적인 탈근대의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마치 일제 말기의 친일주의자들처럼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조선일보의 몇몇 언론 권력자들, 아직도 남아있는 검찰과 경찰의 독재세력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몇몇 수구세력들이다. 그들은 한반도를 둘러 싼 6자회담의 평화적 해결을 불안해한다. 그들은 남아프리카처럼 미국이 자신들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불안해한다. 그렇다. 미국은 아무리 현재의 초강대국이라고 하더라도 미국 내부의 민주화 운동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적인 탈근대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남한의 수구세력들과 마찬가지로 흑인들과 목숨을 건 마지막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백인 권력의 수구세력들이 있었고 지금도 몇몇 존재하고 있다. 그들의 몇몇은 스스로 남아프리카를 떠나 아직도 백인 중심주의가 남아있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방황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고, 다른 몇몇은 자신들의 권력을 마구 휘둘렀던 근대적 과거에 몰입하여 폭력을 조직하고 있다. 그 예로, 2003년 남아프리카의 사법 수도인 블로엠포테인 고등법정에서 “테러의 밤(Night of Terror)”이라고 불리는 “바알 담(Vaal Dam)”을 계획한 허큘레스 빌존(Hercules Viljoen)과 레온 피콕크(Leon Peacock)에 백인 극우집단에 대한 재판이 있었고, 같은 해에 “보어에마그(Boeremag)”라고 불리는 일단의 군대 백인 근본주의자들이 행정 수도인 프레토리아 고등법정에서 쿠데타와 전국적인 테러를 계획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그들은 지금도 비밀리에 http://www.siener.co.za와 같은 우익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근대의 폭력과 증오에 너무 물들어 이제 평화를 증오하는 근대의 망령이 들은 것이다.

근대의 망령은 마치 1950년대의 메카시 선풍처럼 항상 마녀사냥을 필요로 한다. 남한의 수구세력들이 지금도 그 짓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근대와 탈근대의 과정에서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몸담았다가 37년 만에 고국을 찾은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를 빨갱이로 몰아 다시 국외로 내쫓더니 이번에는 올곧게 한반도 근대사 연구에 몰두하는 강정구 교수를 빨갱이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고여 있는 물은 썩듯이 한국사회의 보수주의자들 중에서 과거 독재정권의 썩은 냄새가 나는 미국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수구세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클러크 전대통령이나 아파르트헤이트 폐지에 지대한 공헌을 한 기자 막스 두 프레즈와 같은 건강한 보수주의자들이 한국사회에도 등장하여 근대적인 진보와 보수의 대립적 틀을 깰 수도 있을 것이다. 클러크는 강연의 마지막에서 미국 제국주의자들에게 “세계 각 지역의 국가가 나라들이 대립과 갈등 없이 스스로 자신들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하루라도 빨리 받아들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만델라는 호사인이고 남아프리카인이며 아프리카인”인 것과 같이 “나는 아프리카너(네덜란드계 백인)이고 남아프리카인이며 아프리카인”이라고 강조했다.

클러크의 말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한반도인(코리안)이며 아시아인이듯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민이고 한반도인이며 아시아인이다. 나는 클러크와 만델라가 흑백갈등으로 지난 과거에 죽은 수없이 많은 희생자들보다 더많은 희생자들이 생길 수도 있는 근대의 막바지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것처럼 노무현과 김정일 두 지도자가 평화적으로 한반도의 남북갈등을 해결하는 근대의 막바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에게 탈근대의 위대한 지도자들이 되기를 바라기 이전에 우리들 스스로가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깨트리고 서로가 서로의 다른 종교와 사상, 그리고 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탈근대인이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탈근대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최대의 걸림돌은 미국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오직 글과 말로만 행동할 수 있는 지식인 마녀사냥을 일삼는 수구세력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남아프리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그들의 미래는 너무나도 암담하다. 하루라도 빨리 미국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두고 한반도인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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