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주의 복지국가와 돌봄 -여성주의 복지정치를 위한 시론(마경희)

보편주의 복지국가와 돌봄 -여성주의 복지정치를 위한 시론-

 

마경희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돌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만,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민의 정당한 권리라는 가치보다 미래 노동력 재생산 또는 여성 인적자원 활용을 위한 ‘투자’이거나 일자리 확충 또는 중산층을 복지동맹에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성 중립적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한계

 

-복지국가의 보편주의가 성평등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은 계급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집단으로 사회적 시민권을 확대한 결과의 일부일 뿐이다. 보편주의 원칙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갈등의 중심축은 계급이지 성별이 아니었으며, 본질적으로 보편주의는 성인지적이라기보다는 성 중립적인 개념이다. 여성주의의 전통적 쟁점이었던 차이와 평등의 이원론을 근본적으로 넘어서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노동자임을 전제하는 이른바 ‘평등’ 모델을 출발점으로 하되 가족 내 책임을 지원하는 ‘차이’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부가적으로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차이’ 프로그램은 여성의 몫이 되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급 노동 이전에 돌봄을 필요로 하고 또 돌봄을 제공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보편적’ 경험이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유급노동 중심의 사회에서 보편적 인간 경험으로서 돌봄이 주변화 되는 방식, 그리고 국가의 공적 개입이 필요한 근거에 대한 보다 급진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돌봄의 정치적 속성

 

1) 돌봄을 정의하는 권력

 

-트론토는 돌봄의 가치가 주변화된 사회에서 돌봄의 실천은 권력과 불평등이라는 기존의 구조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원과 권력을 가진 특권층이 돌봄 필요자를 ‘의존자’, ‘부담자’로 정의하고, 돌봄자의 돌봄 활동을 비가시화, 평가절하 하는 반면 자신들의 타인에 대한 일상적 의존은 도덕적 의무(주로 남편에 대한 부인의 의무) 또는 고용관계(고위 관리자와 비서)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비가시화 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돌봄이 돌봄의 욕구에 대한 관심, 욕구에 대한 책임, 돌봄의 제공, 돌봄의 수용 등 상호 관련된 네 가지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돌봄의 각 단계는 권력과 갈등을 내포하며 돌봄을 어떻게 정의하고 제공하고 평가할 것인지를 둘러싼 돌봄 정치가 작동한다.

 

-윌리암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무급 돌봄자, 노조, 초국가적 돌봄 노동자 등 돌봄자 또는 돌봄 필요자의 주장이 사회정의 프레임에 기초하고 있는데 비해 실제 정책의 지배적 논리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사회투자 프레임에 있다.

 

2) 사회정의(social justice)의 문제로서 돌봄

 

-존 롤스의 ‘공정으로서 정의’는 ①‘독립적’으로 보이는 개인이라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독립적’으로 보이는 개인의 의존이 사실상 은폐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 ②부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가 모든 부정의의 원천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

 

-타인에 대한 의존과 돌봄 욕구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경험이지만, 돌봄을 주변화하는 권력은 이를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따라서 극복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전제하고 사회와 제도를 조직화 한다. 자신의 신체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타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화된 시민을 중심으로 조직화된 사회는 돌봄을 받을 권리를 적절히 부여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돌봄 필요자는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 정책의제로서 돌봄의 재개념화

 

1) 불평등이 내재화된 권력 관계

 

-돌봄 필요자가 돌봄자에게 의존하는 관계/ 돌봄자가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취약한 상황 가능.

 

2)타인의 욕구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

 

-경쟁적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사적 이윤추구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인 유급노동 또는 서비스직의 ‘감정노동’과 다르다. 돌봄은 돈벌이나 자신의 이해관계와 이득보다는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 하며, 이는 타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돌봄 활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상적인 돌봄자는 자신의 욕구보다 절대적 의미에서 취약한 존재인 돌봄 필요자의 욕구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돌봄 활동의 이러한 특성은 가족의 안과 밖에서, 공식 또는 비공식 영역에서 돌봄자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면서 돌봄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기제로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 보상 이전에 타인에 대한 도덕적 헌신에 의해 우선적으로 동기화된 돌봄자는 저임금과 열악한 돌봄 조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러가지 서비스 노동 중에서 의도적으로 노인의 복리를 위한 돌봄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에 의한 돌봄의 조직화는 돌봄자의 희생과 헌신이라는 우연적이고 사적인 조절 장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선적으로 돌봄자의 선한 의지를 착취하고 이에 기생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돌봄 필요자의 복리를 위협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정의로운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조직화 방식이 아니다.

 

3)비용을 수반하는 일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의 돌봄에 대한 상상

 

1) 수단이 아닌 그 자체 목적으로서 돌봄

 

-인간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라는 유급노동중심 사회의 전제는 인간의 상호의존성으로 대체.

 

-돌봄 없이 유급노동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돌봄이 유급노동 시장에서의 인력 활용, 또는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수단으로 종속되지는 않는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 돌봄은 돌봄에 대한 욕구를 가진 사람의 복리 그 자체를 목적으로 제공되고 조직화될 것이다. 돌봄자는 ‘타인의 욕구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특징으로 하는 독특한 형태의 노동자로 인식되어 이와 관련된 자질을 가진 사람만이 돌봄자가 될 수 있고, 이는 제도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2) 돌봄사회의 시민

 

-돌봄사회에서 돌봄 필요자와 돌봄자는 유급노동을 하는 사람과 동등한 자격을 갖춘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을 것이다. 통합적 시민권은 최소한 두 가지 방식으로 구성된다.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봄을 제공할 권리이다. 돌봄을 제공할 권리에는 돌봄을 제공하지 않을 권리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을 돌볼 것을 강요받는다면,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기 때문에 돌볼 권리는 돌봄의 의무로부터의 해방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때의 ‘해방’은 성별, 계급, 인종 등 사회불평등을 축으로 하는 계층화된 해방은 아니어야 한다.

 

3) 돌봄 정책의 재설계

 

-다양한 이원론적 경계의 해체: 사회적 돌봄은 공식적 돌봄과 비공식적 돌봄, 아동에 대한 돌봄과 노인에 대한 돌봄,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의 세 가지의 이원론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정책의 원칙: ①공적 돌봄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 ②가족 안과 밖의 돌봄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가 인정, ③유급 노동과 돌봄의 병행이 가능한 방식으로 돌봄시간을 조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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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2:23 2014/02/2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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