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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혁명의 시대, 개인적인 스케치

다함께가 주최하는 '전혁'은 고대에서 열리지 못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님을 감히 모독(???)하고 보건대 합병과정에서 보여준 '다함께 고대생들'의 열렬한 투쟁 덕분에 경희대와 외대를 왔다리갔다리하는 생고생을 하며 포럼에 참석했다.

 

경희대에선 크라운관의 전기를 끊어버려 자가발전기를 돌리고 에어컨도 가동이 안돼 난리법석을 치루며 토론이 이루어졌고, 식당은 외대에 있는 관계로 토론 마치고 경희대 후문을 지나 다시 외대 후문으로 이동하는 등 그야말로 빡세게 다녀야했다.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무척 재밌었다고 하며 "내년에 또 가자~"

 

 

박노자 강연을 들으러 가는데 큰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너, 오늘 경희대에 왔니? 우리집에 들릴거니?"

"엉, 강연 들으러 왔어"

"알어. 점심 때 와라"

 

내가 포럼 참석한 거 어찌 알았누???

 

돌쇠랑 함께 언니네에 갔는데 "다함께 에서 선전물을 돌리는데 니네 애들 사진이 놀이방 코너에 나왔더라. 애들한테도 초상권이 있는 건데 그러면 안되는 거지" 그러더니,

 

"안그래도 좌파로 살기 힘든 세상인데 '어린이좌파'로 찍히게 해서야 되겠냐.(언니 웃는다. ㅋㅋ) 근데 너 다함께 회원이니?"

 

"아니, 이 친구가 가입하라고 꼬시는데 난 가입할 생각없어"<---돌쇠를 가르키며. 흐흐

 

"근데 경희대 총학도 외대 총학도 다 넘어갔는데 용케 포럼은 여는구나"

 

"어, 총학을 우파들이 장악한 거 어찌 알았어?"

 

"요 옆이 민주동문회인데 어찌 모르겠냐?"

 

이 때, 갑자기 돌쇠를 찬찬히 보는 큰언니, "몇 학번이예요?"

 

--------- 우하하하 돌쇠의 수줍음은 가히 하늘을 찌를듯. 이 표현이 말이 되나? ㅋㅋ

 

 

 

나는 주로 돌쇠와 토론을 했는데(여성문제에 대한 반론) 자꾸만 돌쇠가 '나가서 발언하면 좋지 않겠느냐' 권하는 거다.

 

"내가 김규항이유? 잘모르지만 딴지 좀 걸겠다 하는 건 김규항이나 하는 짓이지. 배우러 온 사람의 자세는 열심히 듣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페미니즘 토론회같은 곳에 가면 열심히 손들고 얘기하고 그러는 편인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내가 잘모르는 부분에 대해 배우는 중인데 반론펴고 충고하고 그러는 거는 올바른 태도가 아닌 거 같아"

 

 

 

작년에 맑스주의와 여성억압이란 주제는 그야말로 대 실망이었다.

 

여성은 연대할 수 없다는 요지의 발제자의 발언과 프론트 토론까지, 내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콘돌라스 라이자와 우리가 연대할 수 있습니까? 박근혜와 우리가 연대할 수 있습니까?"

 

"가부장제는 여성억압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자본주의적 수탈이 없어져야 비로소 여성은 해방되는 겁니다"

 

 

올해 동성애자 억압에 관해서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참고로 여성억압 발제자와 동성애억압 발제자는 다른 분들이다)

 

"부자인 게이, 가난한 레즈비언, 흑인 동성애자, 백인 동성애자 등등 그 차이만 놓고 본다면 영원히 연대는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라는 지점에서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합니다"라는 요지의 얘기는 백번 동의한다.

 

나의 반론이라면.

자, 여성도 브루조아 여성에서 부터 레즈비언이며 흑인이며 가난한 여성까지 그 층위가 다양하다.

하지만 여성연대는 그 여성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억압때문에, 바로 그 지점에서 연대성이 생기는 것이다.

 

조금 철 지난 얘기지만, 한나라의 야당당수인 박근혜씨가 커터칼로 얼굴에 자상을 입었을 때, 그녀는 공주마마이기 때문에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여성인가?

그렇지 않다. 애초 오세훈을 목표로 했던 범인이 박근혜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그녀가 만만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나는(혹은 여성주의자는) 이 부분에 있어 정치적인 눈으로 박근혜를 비아냥거리는 시선에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가 연대하는 지점은 자신이 약자인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계급을 떠난 여성연대, 당연히 가능하다.

연봉이 1억에 가깝다는 남성비행기 조종사의 파업을 남성비정규직노동자가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마땅한 것처럼.

 

나도 '민주적인 사회주의' 세상을 원한다.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따라서 나는 페미니즘이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완벽한 이론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억압(나아가서는 모든 차별)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 억압을 극복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하기에 여성인 나에게는 소중한 이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인정하지 않는 맑시스트에게 동의하지 못하며, 맑시즘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억압을 끝장낼 수 있다는 생각에는 더더욱 동의 못한다.

 

좌파들은 여성주의자를 동지로 인정해야 하는데 왜 끊임없이 타자화하는 지 모르겠다고 돌쇠에게 얘기하면서,,, 약간 흥분. ^^;;<---맑시즘만으로 모든 억압을 설명하려 하니 니네 주장끼리도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 거야.

 

사실 내가 울 돌쇠에게는 "니네 다함께는 여성의식, 문제있어" 그러면서 쪼아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다함께 얘기를 할 때에는 상당히 우호적으로 발언하는 편이다.

나는 다함께 사람들을 민주적인 사회주의 건설의 동지로 생각하거든.

 

 

 

 

 

하여간 다함께 회원들의 그 성실성, 열정,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 에는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포럼 마지막 날에도 어김없이 비가왔고 경희대 근처 '언니네비빔밥'에서 **이 생일축하케잌에 촛불도 밝히고 지인들끼리 백세주 한 잔을 기울이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시던 루나님이 잠시 짬을 내어 우리 쪽으로 와주셨고 박노인님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어 좋았고(내가 그에게 미안한 부분이 있어서 내내 찜찜했는데 그저 아무 말없이 예전처럼 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푸드테이크님의 진지모드는 너무나 귀여웠다.(귀엽다고 하면 프드테이크님 정색을 하시려나? ^^;;)

 

멀리 사는 **이가 먼저 일어났고 11시 경에는 모두 자리를 파했다.

 

 

돌쇠랑 나랑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을 꼭 잡고.

 

'돌쇠야, 내가 그렇게 좋으니? 얼마나 좋으니?' 장난스레 묻기도 하고 '나도 네가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 하면서 그의 어깨에 기대기도 했다.

 

 

큰언니한테 돌쇠를 후배라고 소개시킨 것이 내내 미안하다.

나야말로 울 돌쇠를 투명인간 만드는 것 같아,,,

 

앞으로 둘이 열심히 벌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시에 있는 집도 공동명의로 바꾸어야겠다.

이제 생각해 보니 돌쇠명의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거야. 나중에 울 돌쇠가 내 혈연가족에 의해 배척받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해. 지금도 우리 4식구 사는데 기여하는 바가, 어느 때는 나보다 더 큰 거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울 돌쇠를 착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결혼을 거부한 건 내 쪽인데 마냥 상대방만 감수하라고 하는 건 내가 못된 거야.

미안해, 돌쇠야. 앞으로 좀 더 나은 타협지점을 찾아갈 수 있을 거야.

 

아, 노바리님께도 엄청시럽게 미안하고 고맙고 눈물 찔끔 났는데 어케 이 맘을 전달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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