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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처음은 특별하게 기억되는 법이다. 첫옹알이, 첫키스, 첫경험, 또 뭐가 있더라? 처음은 두번째도 마지막도 갖지 못한 특별한 경험으로 삶에 자국을 남긴다. 그렇다면 우리의 독일에서의 첫날은 어떨까? 달콤하고 신나고 두근되는 시간들로 가득했을까?
지금까지 내 인생의 '첫'들이 생각보다 멋지게 되지 않았던 것처럼 독일에서 자전거를 탔던 첫날도 그랬다. 마음 속으로 '아, D와 여기서 헤어져버릴까?' 라는 생각까지 해버렸다는 것.
독일 도착. 비행기의 안내 방송이 독일의 현재 기온을 알린다. 영하 1도? 승무원에게 인사를 건내고 비행기 밖으로 나서니 정말, 공기가 스산하다. 겨울 옷이라곤 얇은 패딩하나가 전부. 그래도 이것이라도 가져와서 다행이다. 무심한 입국심사관에게 여권을 건네고 짐을 찾은 후 빵 냄새가 진동하는 München Flughafen으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고작 네시간여밖에 자지 못해 눈은 침침하고 고기위주의 기내식 때문인지 속은 더부룩 하다. 그런데 여기가 정말 독일이야?
졸리 누을 비비며 부지런히 자전거 조립을 해야 한다. 큼지막한 박스 두개. 우선 포장 테이프를 뜯고 그 안의 짐들을 꺼내 가방에 쑤셔넣었다.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 이리저리 감싸놓은 포장용 신문지를 없애는 것도 일이다. 다행히 인천에서 베이징을 거쳐 뮌헨까지 오는 동안 자전거는 어디하나 휘어진 곳 없이 멀쩡하다. 그 다음은 d의 몫. 나는 자전거에 관해서는 패달을 구르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다. 그저 방해되지 않도록 파닥파닥 돌아다니며 짐을 정리할 뿐이다. 그렇게 낑낑되길 1시간여 지났을까. 드디어 멀쩡한 자전거 두대가 탄생했다. 신기했다.
낑낑
아담하고 귀여운 뮌헨 공항.
첫날 경로. 직선거리는 30Km 고작이지만 이곳저곳 해매이느라 50km는 족히 달린 느낌이다.
한국에서 뮌헨공항에서 뮌헨으로 향하는 구글 지도를 보면서 나는, '그냥 이렇게 쭈욱 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렇게, 쭈욱. 고작 한 두시간 달리면 되겠거늘 하고. 그런데 어디 인생이 내 생각대로 흘러간 적 있었던가. 뮌헨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삼십분은 족히 걸리고, 제대로 된 길을 찾기까지 한시간은 더 걸렸다. 우리를 도와준 것은 친절한 자전거인들. 우선 같은 자전거를 타고 있기 때문인지 쉽게 호감을 들어내는 대다가 동질감이랄까, 연대감 같은 것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정말 모르겠으면 무조건 자전거인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해매이는 것도 괜찮다. 해매이다 이상한 마을에 들어간 덕분에
빵과 커피한잔으로 멋진 아침식사도 했다.
Goldach의 언덕길에서 우리는 차도로 내려갔다가 쏜살같이 달리는 차에 겁을 먹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우리는, 옆에 철도길쪽으로 가야하는지 아니면 차와 함께 차도를 달려야 하는지 아웅다웅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자전거 인은 마치 수호천사 같았다! 한국에 대해 여러모로 관심이 많아 보이는 대다가, 천만다행으로 영어도 잘하고 (ㅎㅎ). 그가 알려준 뮌헨으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인 Azar은 실로 멋진 환영이었다. 백조가 헤엄치는 강을 따라 숲길을 달리는 것은 얼마나 멋진 경험인지!
그래도 삐죽되는 마음은 여전히 삐죽삐죽거리고 있다. 아니 d는 대체 왜 그런담?
문제는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이 겹친대다가, 날씨는 춥고, 첫 독일이라 긴장까지 한 탓에 무척 날카로웠던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다.
그렇지만 D도 쪼잖스럽긴 했다. 공항에서 자전거를 조립할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특히 경찰의 눈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다. 대체 왜? 자전거 조립이 불법이야? 그리고 나의 자전거를 타는 방식이 그리 세련되지 못한 것은 알겠지만 잘못할때다마 이렇게 하라 가르치는 조언이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특히 건널목에서는 고개를 돌려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하라고 말하면서, 내 고개가 안돌아갔다고 말할때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분명 고개를 획돌리지는 않았어도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분명히 확인했던 데다가. 지금 그게 중요해? 나는 사실 이렇게 높은 자전거는 처음 타본단 말이다.
'D랑 달리느니, 호텔까지 그냥 따로 달리는게 낫겠어'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헤어지자라는 말이 입까지 차 올랐다. 세상에나, 이렇게 작은 이유로? 응응, 이렇게 작은 이유로. (허허) 입이 대빨 튀어나온 나를 보며 D는 도대체 왜 그러는데? 라며 따라붙는다. 아, 그냥 쫌 귀찮을 뿐이라고!
호텔에 도착해서 가만 생각해보니, 이 모든 감정의 기복은 오로지 내 잘못이다. 사과해야지. '미안해,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라는 말에 D는 어쩐지 의기양양하다. 어휴, 또 짜증이 나기 시작하지만 어서 자야겠다. 우리는 8시부터 잤다. 독일에서의 첫날? 뮌헨관광? 생각보다 잘 해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Azar강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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