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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춥다_첫번째 캠핑

밤은 춥다 _ 첫번째 캠핑
 
캠프장 레스토랑의 유쾌한 종업원과 농담따먹기를 하며 비싼 저녁을 배불리 먹은 우리는, 잠을 자기 위해 텐트로 돌아왔다. 텐트는 한기가 돌았다. 텐트 바닥은 땅의 냉기를 그대로 전달했고, 공기도 찼다. 아마도 밤에는 더욱 춥겠지, 라고 생각한 우리는 가지고 있던 옷을 전부 껴 입었다. 양만만 세개, 바지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 여러겹. 슈타른베르크의 자전거 길은 언덕과 언덕의 연속이었고, 이제 막 자전거 기아 바꾸는 법을 터득한 초급 라이더인 나는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잘 수 있겠지, 하고 그때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나 추울 줄이야. 문제는 우리가 독일의 봄 밤을 얕보았다는 사실이었다. 독일 친구가 눈 덮인 들판 사진을 보여주며 독일은 춥다,고 경고했을 때 깊이 새겨들었어야 할 것을. 우리에게는 한국에서 가져온 봄 가을용 침낭과 텐트 뿐이었다.
 
나흐트! 칼트!
 
다른 곳보다 발이 아플 정도로 얼어붙었다. 양말을 신고 있어도, 맨살을 부벼 열을 내어보아도 도저히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너무 추워 자고 깨기를 반복하다가, 이대로 얼어버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까 텐트를 치고 있을 때 지나가던 독일 할머니가 '밤에는 추워!'라고 소리쳤을 때 나는 웃으면서 '저도 알아요^^'하고 대답했었지. 별수 없이 같이 얼어붙고 있는 D를 깨워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텐트보다 차라리 샤워장이 더 따뜻해, 온기가 도는 라디에이터에 몸을 부비며 발바닥을 녹였다. 
 
생각같아선 라디에이터에 기대어 잠을 자고 싶었지만, 독일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가 무서웠다. 결국 텐트안으로 돌아온 우리는 두개의 침낭에 따로따로 들어가 잠을 자지 않고 차라리 하나의 침낭에 몸 두개를 구겨넣어 부둥켜 안고 자기로 결정했다... 아.. 글 쓰다보니 엄청 처량하네. 그런데 생각보다 이 계획이 성공적이어서, 여전히 춥긴해도 잠은 잘 수 있을만치의 온기가 돌았다. 영화에서 종종 고립된 남녀 주인공이 추위를 못이겨 서로 부둥켜안다가 사랑에 빠지곤 하는데, 어허, 그게 정말 있을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얼어붙은 텐트와 자전거.. 어제 레스토랑에서 먹다 물통에 담아온 맥주도 쾅쾅 얼어있었어요..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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