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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앞에선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추리 어린이 미디어교육.

 

3월이 되면 시간이 생길테니, 들소리에서 뭐든 하겠다고 이야기했었지만,

막상 3월이 되어도 시간은 별로 없고 할 일만 많아,

완전 뻥쟁이가 될 것 같은 요즘.

결국 들소리에서는, 3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어린이 미디어교육 보조교사 정도 밖에 못하게 되었다.

서울역에서 외눈과 밥을 만나서 출발,

언젠가 저녁때나 가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다 뒤돌아나왔던 평택극장 앞에서 16번을 타고

부끄럽게도 처음 가보는 대추리에 들어갔다.

사진으로 그렇게 자주 보던 풍경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 속에 펼쳐져 있었다.

이제 곧 사라질 풍경들...

 

보름이라 지신밟기를 하는 행렬을 지나쳐 들소리 방송국 문을 열어보니

아이들이 잔뜩... 아, 맞다. 아이들이란! 하는 생각이 순간 버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이후 부턴 긴장의 연속.

 

뭘 해도 잘 말을 듣지 않지만, 눈이 초롱초롱하고 카메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들과

두세시간 빗속을 뛰어다니며 촬영을 하고 발표를 했다.

놀랄 만큼 재능이 있는 아이들도 있고, 아직은 소심한 아이들도...

내가 좋다고 선택해 준 우리 연수는, 끝에는 뭔가 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짐작만 살짝씩 갈 뿐인데, 여하간에 내가 충분하지 못했던 거지.  전날 노느라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았고,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지 많이 고민도 하지 않았고, 교육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비만 오지 않았어도, 조금만 준비를 많이 했어도, 사람이 조금만 많았어도...

안타깝다면 모두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함께 한 여덟명의 아이들과 다섯 명의 교사들이 서로 즐겁고 좋은 기억들을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더 많은 것들을 앞으로 해나갈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매일매일 정신없는 와중에 사는 들소리 식구들은 정말 힘들겠지만, 이제 맘의 여유를 찾은 나는, 한껏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며

다음 주 부턴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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