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정말 오랫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밤을 새다

그러게, 얼마만인지...
만화도 아닌, 혹은 여행기나 가이드북도 아닌, 소설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다니...

범인은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
지후의 추천-이라고는 뭣하고 지후가 가지고 있던 책을 보고 스스로 흥미가 생겨서 빌린 것-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거의 500페이지 쯤 되는 소설을 하루 밤 만에 다 읽어버렸다.
(에엣, 중요한 회의도 있고, 쓸 글도 많았는데, 객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24시간 동안의 보행제, 전교생이 흰 체육복을 입고
초여름의 하루를 함께 걷는다.

“나란히 함께 걸어간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걸까..“ 라고 할 만큼의 이야기들.
시골 학교 주변의 평범한 풍경,
청춘을,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입시로 돌입하기 직전의 심정들,
신뢰, 우정, 연애감정, 집안 문제, 애증 같은 것들이,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단지 눈으로 글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도 일본의 작은 지역에서 고교생이 되어 이 아이들과 함께 걷고 있는 느낌. 지치기도 하고, 관계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미래가 불안하거나 불안하지조차 않을 만큼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게다가 24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을 주고 있어서, 역시 해가 뜨고 보행제가 끝나서 아이들이 교문 안으로 골인하는 모습을 볼 때 까지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결말이 조금 전형적이고 뻔하긴 하지만, 이 정도 전개를 선사했으니 그 정도는 용서할 수 있달까...


작가인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문학계에서 꽤나 유명한 여성인 모양.
조금 찾아 보았더니, 정말 재미 없게 보다 말았던 드라마 한 편도 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었다고 한다.
(음.. 아무래도 원작은 죄가 없을 듯. 연출력과 연기력의 한계였던 것이었다.)


---------
집 앞에 새로 생긴 '글빛정보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책이었다.
함께 빌린 <삿포로행 도라에몽 기차를 타다>도 훌륭했다. 이 책은 토요일에 대출하자 마자 두세시간 만에 다 읽고 말았는데...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한심한 울림 보다 훨신 괜찮은 여행기, 아니, 여행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랄까.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연령과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여성들이 이러저러한 생활의 피로로부터 탈출하고 매여있고 다시 생활로 돌아오는 과정에 대해 씁쓸하게 동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