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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되는 일 없다.

하두 오래 되는 일이 없다보니 가끔 되는 일 없다고 하소연 하던 게 습관이 되었었다.

 

습관으로 하소연 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당하면서 느낀 감정이 말하면서 되살아나서..

말할 때마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듣는 사람은 어떨까...

듣기 좋은 꽃타령도 한두번이라는데..

듣기 좋지도 않은 하소연이 매일 되풀이되면...

 

되풀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웹에 주절거려두는 게 낫다.

말하기 전에 미리 알고 위로를 들을 때도 있고...

말하기보다... 아유 거기 써놨으니 걍 바바... 말도 하기 싫어...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렇게 기록해 두면

기억해두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감정에 거리가 생기면서 왕짜증 사건이...

운나쁜 연속 사건쯤으로 재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자주 쓰면 거시기한데.. 가끔 쓰면 그래두 낫다.

감정기록을 조작해서 기억의 수위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지난 주는 정말 왕짜증주간이었다.

 

목요일 : 온 직장이 총동원되는 국제학술대회, 나는 마이너리그의 사회를 맡았다.

 

발표자 한 인간은 ... 나름 쌓이는 게 많았겠지만... 발표시간이 되도록 오지 않았다.

전화걸고 문자날리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안오면 안되냐는 전화가 왔다고 메모가 왔다.

결국 자리를 비우고 나와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오는 중이라고 했다.

발표순서를 조정해서 큰 문제는 없이 넘어갔지만... 오전부터 뱀파이어에게 한방 물린 상태가 되었다.

 

오후 사회는 대단히 힘든 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니까...

끝날 시간쯤엔 몹시 피곤하였다.

그런데... 외국인 중심으로 고급식사대접한다고 마이너리그 사회자인 나를 비롯해

외국어 잘 못하는 사람은 모두 빠지라고 하였다.

마무리 명색없는 머슴이라고 진종일 일시키고 밥을 굶기다니...

이런 삼성 같은 놈들을 봤나... 어처구니가 없다.

 

금요일 : 오전에 예의 국제학술대회 갔다가 서울로 강의를 갔다.

커피를 만들어놓고도 두고 가는 바람에 계속 피곤하였다.

차선을 잘못타서 하이패스 구간으로 갔다. '통과한 후에 영업소에 문의'하란다.

안쪽 차선에서 간신히 차를 빼서 갓길에 세운 후 영업소를 갔다.

차 번호를 묻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났다. 간신히 더듬어 알려주었는데...

차로 돌아와 보니 잘못 알려주었다.

 

저녁에는 청소년인문학 마지막 강의가 있었다.

운전하기 싫어서 택시를 탔다. 내리려고 보니 지갑이 없다.

주머니, 가방, 모두 뒤져도 고린전 한푼 없다.

택시 기사의 계좌번호를 적어가지고 내렸다.

 

올 때는 아예 처음부터 물어봤다. 집에 가서 지갑을 갖고 내려와야 하는데 기다려줄 수 있느냐고...

팁 천원 보태서 택시비를 주었다.

 

우울이 극에 다다랐다.

결국 냉장고에 있던 카프리 한병갖고 모자라서 버드와이저 한병과 산사춘 한병을 사왔다.

전보다 일도 많이하고 돈도 더 버는데

전에는 냉장고에 상비해두던 버드와이저 번들을 요새는 꿈도 못꾼다.

누가 먹다 남긴 오징어 부스러기로 술을 더 마시고 잤다.

 

일 안하고 반항하며 주말을 보내고...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져 괴로워하고 있다.

 

다시 우울한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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