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5년 전에 대학 다녔다.
그 강산이 한 번 반을 변하기 전인 시절에도 당연한 줄 알고 살았던 별것도 아닌 PC함이
철없는 이상론, 귀찮은 과민함, 들어본 적도 없는 외계어 취급을 받는다는 걸
나이 다 먹은 다음에 느꼈다.
난 그게 내가 처했던 환경이 사회 평균보다 너무 리버럴하고 먹물틱했어서 그런가보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10 여 년이 흐른 뒤,
내가 다녔던 그 학교, 내가 속했던 그 단과대, 내가 활동했던 그 동아리가 얽힌 사건 얘기를 듣고는
그게 내가 처했던 이 환경 저 환경같은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이 시대를 지나
그렇게 정말로 '변한' 걸지 모르겠단 생각을 비로소 했다.
학생이었던 시절,
적어도 미대 안에선 성정체성을 굳이 애써 감추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거나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나 동성 좋아해'가 '나 짬뽕 좋아해'나 비슷한 수준으로 친우들로부터 망각되기 일쑤였다.
설사 꼴마초적 생각을 가졌더라도, 그걸 공공연히 드러냈다간 비웃음이나 살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당당하게 표출하는 사람도 없었다.
기독교 동아리들도, 당시에도 비신자인 애들이 이해할 수 없어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멍청한 짓을 잘났다고 벌이고 다니진 않았다.
근데,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그런 놈이 이젠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사회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개방적이고 유연해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적도 있다.
얼마든지 반동과 역류가 일어난단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근데.. 뭐 아무리 시시한 짓이었을 지언정,
그 반동이 실제로 내가 살았던 장소에서 현현한 것을 보니 느낌이 다르다.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만 해도 이전 선배들에게서 받고 누렸던 자산을
후배들에겐 온전히 전해주지 못한 괴로운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
사회-경제학적 해석이야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 내가 더 보탤 필요도 없을거고.
안철수씨는 심지어 앞세대 대표로 젊은 세대에게 사과도 했다.
그만큼 우리들이 살아온 인생 자체에 일정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현재는 현재고.. 문제는 타개해야 할 미래다.
특정 장소가 아니라 정말로 세상이 변한 거라면.. 어떻게 다시 방향을 잡게 만들어야 하나?
그런데 한편..
제이슨의 트위터에서 보듯, 말할 자유에 방점을 찍는 것도 불가피하단 측면이 있다.
제이슨이 언급한 '미국적' 상황처럼
말은 말대로 얼마든지 씨부리되 그로 인한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한다-
라는 것이 이론적으론 맞는 얘기란 거다.
문제는 여기가 그렇게 불이익이 날아올 만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란 거지.
일전에 피임 문제로 페미니스트들과 제이슨 측의 부딪힘이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여성 쪽에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게 주체척 성행위일진대 어째서 상대방이 콘돔 안써준다고 징징대냐-는 건
양쪽이 정말로 동등한 상황일 때에라야 흠결없는 인식이 될 거다.
불평등한 성인식과 잘못된 성교육이 기본 전제인 상황에서는
어느쪽이 피임을 하느냐가 그저 서로의 형편을 고려한 합의 도출이기 어렵다.
이론적으로야 제이슨이 옳은 얘길 하고 있느니만큼
그는 여자애들이 왜 저런 한물 간 시대착오적 히스테리를 고집하는지 갑갑해한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개개별별의 두려움과 위험은 그는 실감을 해볼래야 해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게 아무리 원래는 가지지 말았어야 한 공포이더라도 말이다.
'남자애들도 좀 콘돔을 써줘, 피임약 먹는 게 니들 생각처럼 그저 만만한 일이 아냐'
라는 여자애들의 목소리는
원래 자리해야 할 그 '원칙'으로 가는 데에 필요한 절실한 부탁이다.
물론, 그때 설전 벌였던 대다수의 여자애들도
당장의 위험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으니깐
제이슨이 마초 꼰대질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원칙을 얘기하고 있는 거란 걸 인지하지 못했다.
뭐, 못했는지 아님 알고도 무시했는지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보다, 약자쪽이 가지는 공포감이 더 강해졌다.
정말로 달라진 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사회가 전혀 돌봐주지 않은 채 취직 못할 거라는 공포가 젊은 애들을 순응하는 가축으로 만들었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후퇴한 채 고착되어가는 젠더의식이
페미니스트들로 하여금 경색된 예민함을 갖게 하듯.
점점 더 꼴통이 되어가는 근본주의 기독교도들이 인권운동가들로 하여금 긴장에 찬 방어의식을 갖게 하듯.
90년대~2000년대를 거치며 일정 성과를 이루며 수면 위로 올라온 것들이,
이후 별다른 진보를 이루지 못한 채 '가시적 타겟' 노릇만 하는 것 같단 느낌도 있다.
이래저래 '변화'란 것에 대해생각하다 보면...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거다.
누군가가 기어이 길바닥에다 피를 쏟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진정으로 변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게 인간사의 원칙인 게 아닐까,
무혈혁명이란 게 정말로 실현 가능한 것이기나 할까...
그런 생각으로 귀결되는.
제이슨의 트위터에서 보고 생각이 들었듯, <br>
말할 자유에 방점을 찍는 것도 불가피하단 측면이 있다.
제이슨이 언급한 '미국적' 상황처럼
말은 말대로 얼마든지 씨부리되 그로 인한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한다-
라는 것이 이론적으론 맞는 얘기란 거다.
문제는 여기가 그렇게 불이익이 날아올 만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란 거지.
일전에 피임 문제로 페미니스트들과 제이슨 패거리들간의 부딪힘이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여성 쪽에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게 주체척 성행위일진대 어째서 상대방이 콘돔 안써준다고 징징대냐-는 건
양쪽이 정말로 동등한 상황일 때에라야 흠결없는 인식이 될 거다.
불평등한 성인식과 잘못된 성교육이 기본 전제인 상황에서는
어느쪽이 피임을 하느냐가 그저 서로의 기호를 고려한 합의 도출이기 어렵다.
이론적으로야 제이슨이 옳은 얘길 하고 있느니만큼
그는 여자애들이 왜 저런 한물 간 시대착오적 히스테리를 고집하는지 갑갑해한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개개별별의 두려움과 위험은 그는 실감을 해볼래야 해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게 아무리 원래는 가지지 말았어야 한 공포이더라도 말이다.
'남자애들도 좀 콘돔을 써줘, 피임약 먹는 게 니들 생각처럼 그저 만만한 일이 아냐'
라는 여자애들의 목소리는
원래 자리해야 할 그 '원칙'으로 가는 데에 필요한 절실한 부탁이다.
물론, 그때 설전 벌였던 대다수의 여자애들도
당장의 위험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으니깐
제이슨이 마초 꼰대질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원칙을 얘기하고 있는 거란 걸 인지하지 못했다.
뭐, 못했는지 아님 알고도 무시했는지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보다, 약자쪽이 가지는 공포감이 더 강해졌다.
정말로 달라진 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사회가 전혀 돌봐주지 않은 채 취직 못할 거라는 공포가 젊은 애들을 순응하는 가축으로 만들었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후퇴한 채 고착되어가는 젠더의식이
페미니스트들로 하여금 경색된 예민함을 갖게 하듯.
점점 더 꼴통이 되어가는 근본주의 기독교도들이 인권운동가들로 하여금 긴장에 찬 방어의식을 갖게 하듯.
90년대~2000년대를 거치며 일정 성과를 이루며 수면 위로 올라온 것들이,
이후 별다른 진보를 이루지 못한 채 '가시적 타겟' 노릇만 하는 것 같단 느낌도 있다.
이래저래 생각하다 보면...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거다.
누군가가 기어이 길바닥에다 피를 쏟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진정으로 변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게 인간사의 원칙인 게 아닐까,
무혈혁명이란 게 정말로 실현 가능한 것이기나 할까...
그런 생각으로 귀결되는.
한편..15년 전에 대학 다녔다.
그 강산이 한 번 반을 변하기 전인 시절에도 당연한 줄 알고 살았던 별것도 아닌 PC함이
철없는 이상론, 귀찮은 과민함, 들어본 적도 없는 외계어 취급을 받는다는 걸
나이 다 먹은 다음에 느꼈다.
난 그게 내가 처했던 환경이 사회 평균보다 너무 리버럴하고 먹물틱했어서 그런가보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10 여 년이 흐른 뒤,
내가 다녔던 그 학교, 내가 속했던 바로 그 단과대, 내가 활동했던 바로 그 동아리가 얽힌 사건 얘기를 듣
고는
그게 내가 처했던 이 환경 저 환경같은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이 시대를 지나
그렇게 정말로 '변한' 걸지 모르겠단 생각을 비로소 했다.
학생이었던 시절,
적어도 미대 안에선 성정체성을 굳이 애써 감추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거나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나 동성 좋아해'가 '나 짬뽕 좋아해'나 비슷한 수준으로 친우들로부터 망각되기 일쑤였다.
설사 꼴마초적 생각을 가졌더라도, 그걸 공공연히 드러냈다간 비웃음이나 살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당당하게 표출하는 사람도 없었다.
기독교 동아리들도, 당시에도 비신자인 애들이 이해할 수 없어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멍청한 짓을 잘났다고 벌이고 다니진 않았다.
근데,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그런 놈이 이젠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사회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개방적이고 유연해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적도 있다.
얼마든지 반동과 역류가 일어난단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근데.. 뭐 아무리 시시한 짓이었을 지언정,
그 반동이 실제로 내가 살았던 장소에서 현현한 것을 보니 느낌이 다르다.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만 해도 이전 선배들에게서 받고 누렸던 자산을
후배들에겐 온전히 전해주지 못한 괴로운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
사회-경제학적 해석이야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 내가 더 보탤 필요도 없을거고.
안철수씨는 심지어 앞세대 대표로 젊은 세대에게 사과도 했다.
그만큼 우리들이 살아온 인생 자체에 일정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현재는 현재고.. 문제는 타개해야 할 미래다.
특정 장소가 아니라 정말로 세상이 변한 거라면.. 어떻게 다시 방향을 잡게 만들어야 하나?
한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