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핑크레이디 사태

 

핑크레이디 사태를 보면서..
작품 내용과 오버랩되며 무슨 액자식 아이러니컬 비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 논란의 중심인 위치, 권리 문제를 다 떠나서. 그냥 핑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도
연재되는 동안 쭉 읽으면서 난 멘붕이 왔었다.
다른 누군가와 그림이 같으리만치 닮았다는 게 용납될 수 있는 그림쟁이라니!!!
그건 작중 언급된 미술 시장에서 팔리고 안 팔리고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선 자아정체성 문제라고 난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이야~이건 내 그림이야~하고 그려왔는데 나랑 똑같은 시선으로 그리는 사람을 어느날 발견한다?!
와, 그건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다. 정말로. 모욕감과 수치심의 쓰나미를 맛볼 것이다.
근데 핑레는 주인공들이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걸 '천생연분의 증거'처럼 사용했고,
결국 마지막화까지도 주인공이 "기뻤어, 나와 같아서"란 대사까지 내뱉는다.
주변 캐릭터들도 다 그림쟁이들인데, 걔네들마저도 판매 문제만 제외할 수 있다면
저렇게까지 서로 같게 그린다는 건 넘넘 아름다워서 막 부러운 거라고 그런다.
우.와.
왜 그런거 있잖아, 내가 너무나너무나 납득도 인정도 할 수 없는 세계관이어서
뇌세포가 꼬이고 머리통이 땅에 꼬나박히는 거 같은 그런 기분.
그러니까 당시의 내겐, 그게 부당하다 뭐 그런 차원이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렇게 생각하는 그림쟁이도 존재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는,
굳이 표현하자면 문화충격같은 종류였단 말이다.
캐릭터들이야 허구일지라도, 걔네를 그린 작가는 엄연히 실존하는 그림쟁이였으니까.
 
나도 연애 비슷한 걸 해봤던 상대들은 다 미술학도였거나 그림판 종사자였다.
너무 어렸던 시절이어서 그랬겠지만, 당시 사귀었던 상대 하나가 내 그림이나 취향을 슬슬 닮아갔었고,
난 그걸 인지하자 사랑하는 사람이 나랑 같아서 좋기는 커녕 질겁을 해서 달아났었다.
그 사람이 미력했다 탓하는 건 아니다. 영향이란 건 의사와는 다르게 주고받아질 수는 있는 거고,
가만보면 원래 '받는' 입장에선 얼른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거 같다.
그래도, 비슷하다는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반기는 그림쟁이를 난 본 적이 없었다. 핑레 전까지는.
 
헌데 결국, 이 사단이 나고 만 것이다.
결국,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가 맞았던 거다.
뭐 이 경우는 작중 내용처럼 애초에 코드공유가 됐던 게 아니라 그림체를 흡수당한(!) 거라 봐야겠지만.
서나님이 엮었던 괴로움은 일차적으로 '나'란 존재가 없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을 거다.
아무리 클라이언트나 시장의 요구에 맞춰 조율되고 계획된 결과물일지라도,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작업 결과물이란 얼마간은 확장된 자아의 일부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한 대로 남들이 여겨주지 않고,
난 이러이러한 정도로는 대접받아야 돼,라고 생각한 대로 대우받지 못하면 사람은 우울해지게 되어있다.
확장된 자아의 일부인 그림 또한 '나'의 일부인 거다. 내가 여기 있는데. 내가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계속 흐릿흐릿한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기분이면,
자꾸 사람들이 나를 딴 사람으로 오해하거나 그 사람 그림자로 취급하면 좋겠냐고.
 
일이 번져가는 걸 보면서는 안타까웠다.
아마도, 시작할 때 삐끗한 각도의 어긋남이 누적되고 또 누적되어서 여기까기 오게 되었을 거다.
근데 그게 네티즌 심판대에 오르면서 빗나간 각도는 바로잡히는 걸 넘어서서
뭔가 반대급부로 이해 당사자들이 손쓸 수 있는 유효거리를 떠나 저 하늘로 날아가버렸고..
뭐랄까, 연우님이 잘못한 건 맞지만
네티즌 다수가 '순진한 여친 등골 빼먹은 저놈을 저자거리고 끌어내 돌로 치라'고 거품무는 건 별로 실익이..
라벨링은 참 많은 것을 가린다..라는 해묵은 한숨도 좀 나오고..
 
..여튼 씁쓸한 결말이 되어버렸네, 핑크레이디.
서로의 그림이 같음을 기뻐하는 두 연인의 모습을 다시 들춰보니, 참으로 기분이 뭐라 형언키 힘들다.
 
 
+.
사랑의 증표로서 같은 그림을 그린단 설정을 준 셈인데,
이걸로 해피엔딩을 바란다는 건 역시 무리수였나보다.
사실, 나랑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야, 나랑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이야-라는 주파수는 일치해도
그 결과가 '같은' 그림일 필요는 전혀 없건만.
전혀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의 작품에서도 그런 공명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그 경우엔, 공포감이나 싫은 감정 없이 비로소 기꺼이 공명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같은 곳을 바라봐도, 다른 자아들이라는 거, 어쩔 수 없지 않나..
 
서로의 그림이 같음을 기뻐하는 두 연인의 모습을 다시 들춰보니, 참으로 기분이 뭐라 형언키 힘들구려.핑크레이디 사태를 보면서..
작품 내용과 오버랩되며 무슨 액자식 아이러니컬 비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 논란의 중심인 위치, 권리 문제를 다 떠나서. 그냥 핑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도 연재되는 동안 쭉 읽으면서 난 멘붕이 왔었다.
다른 누군가와 그림이 같으리만치 닮았다는 게 용납될 수 있는 그림쟁이라니!!!
그건 작중 언급된 미술 시장에서 팔리고 안 팔리고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선 자아정체성 문제라고 난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야~이건 내 그림이야~하고 그려왔는데 나랑 똑같은 시선으로 그리는 사람을 어느날 발견한다?! 와, 그건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다. 정말로. 모욕감과 수치심의 쓰나미를 맛볼 것이다.
근데 핑레는 주인공들이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걸 '천생연분의 증거'처럼 사용했고, 결국 마지막화까지도 주인공이 "기뻤어, 나와 같아서"란 대사까지 내뱉는다.
우와.
왜 그런거 있잖아, 내가 너무나너무나 납득도 인정도 할 수 없는 세계관이어서 뇌세포가 꼬이고 머리통이 땅에 꼬나박히는 거 같은 그런 기분.
그러니까 당시의 내겐, 그게 부당하다 뭐 그런 차원이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런 그림장이도 존재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는, 굳이 표현하자면 문화충격같은 종류였단 말이다.
 
나도 연애 비슷한 걸 해봤던 상대들은 다 미술학도였거나 그림판 종사자였다. 너무 어렸던 시절이어서 그랬겠지만, 당시 사귀었던 상대 하나가 내 그림이나 취향을 슬슬 닮아갔었고, 난 그걸 인지하자 사랑하는 사람이 나랑 같아서 좋기는 커녕 질겁을 해서 달아났었다. 그 사람이 미력했다 탓하는 건 아니다. 영향이란 건 의사와는 다르게 주고받아질 수는 있는 거고, 가만보면 원래 '받는' 입장에선 얼른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거 같다. 그래도, 닮아지는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반기는 그림쟁이를 난 본 적이 없었다. 핑레 전까지는.
 
헌데 결국, 이 사단이 나고 만 것이다.
결국,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가 맞았던 거다.
뭐 이 경우는 작중 내용처럼 첨부터 주파수가 맞았던 게 아니라 그림체를 흡수당한(!) 거라 봐야겠지만.
서나님이 엮었던 괴로움은 일차적으로 '나'란 존재가 없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을 거다. 아무리 클라이언트나 시장의 요구에 맞춰 조율되고 계획된 결과물일지라도,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작업 결과물이란 얼마간은 확장된 자아의 일부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한 대로 남들이 여겨주지 않고, 난 이러이러한 정도로는 대접받아야 돼,라고 생각한 대로 대우받지 못하면 사람은 우울해지게 되어있다.
확장된 자아의 일부인 그림 또한 '나'의 일부인 거다. 내가 여기 있는데. 내가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계속 흐릿흐릿한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기분이면, 자꾸 사람들이 나를 딴 사람으로 오해하거나 그 사람 그림자로 취급하면 좋겠냐고.
 
일이 번져가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
아마도, 시작할 때 삐끗한 각도의 어긋남이 누적되고 또 누적되어서 여기까기 오게 되었을 거다. 근데 그게 네티즌 심판대에 오르면서 빗나간 각도는 바로잡히는 걸 넘어서서 뭔가 반대급부로 이해 당사자들이 손쓸 수 있는 유효거리를 떠나 저 하늘로 날아가버렸고..
뭐랄까, 연우님이 잘못한 건 맞지만 네티즌 다수가 '순진한 여친 등골 빼먹은 저놈을 저자거리고 끌어내 돌로 치라'고 거품무는 건 별로 실익이.. 라벨링은 참 많은 것을 가린다..라는 해묵은 한숨도 좀 나오고..
 
..여튼 씁쓸한 결말이 되어버렸네, 핑크레이디.
서로의 그림이 같음을 기뻐하는 두 연인의 모습을 다시 들춰보니, 참으로 기분이 뭐라 형언키 힘들구려.
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