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고통

분류없음 2015/01/20 04:48

독수리의 스프링캠프 연인원은 81명. 김감독은 와이번스 시절에도 타구단에 비해 큰 규모로 캠프를 꾸린 적이 있는데 이번 독수리 캠프는 그에 비해 더 커졌다. 특히 코칭스텝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수는 58명, 김감독 포함 코칭스텝은 23명. 대략 선수 2.5명 당 1명의 코치를 할당한 셈인데 상당한 비율이다. 코칭스텝의 비율로만 따지면 선수 41명, 13명의 코치를 포함 (전체 54명) 한 트윈스 또한 상당해 보인다. 

 

뭐, 다 좋다. 

 

김감독이 전임 와이번스 감독 시절부터 스프링캠프를 과하게(?) 차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다. 그 때에는 와이번스에 팜이라고 부를만한 2군 시설이 없었다. 2군 선수들은 문학구장이나 인하대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일이 잦았다. 조범현을 내치고 이만수를 넣어둔 채 김성근 카드를 꺼낸 구단이 바란 것은 '성적'이었기 때문에 초반 몇 년은 김감독이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그리고 김감독은 가시적인 성적을 냈다. 감독 첫 해이던 2007년 와이번스는 페넌트레이스 1위, 한국시리즈 1위를 기록했고 2008년에도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009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조범현이 이끌던 타이거즈에 져 분루를 삼켰지만 이듬해 2010년, 삼성을 꺽고 다시 왕좌에 올랐다. 

 

와이번스 구단과 (일부) 인천 야구팬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고 한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두 번이나 제패를 했는데 왜 구단의 인기는 별 볼일없는 보합세일까. 현대적 시설을 자랑하는 문학야구장, 김광현도 있고 채병용도 있고 남들이 군침흘릴 선수가 한둘이 아닌데 왜 이 선수들은 개인타이틀을 따내지 못하나. 벌떼만 있고 왜 영웅은 없나. 그래도 이만수가 빤쓰만 입고 운동장을 도는 퍼포먼스도 했는데 왜 김감독은 마른 입맛만 다셨나.... 

한마디로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건데 난 이 의견 반댈세, 니덜이 성적을 내라고 했지 재미를 내라고 하진 않았잖아. --- 그리고 알다시피 2011년 시즌 중 김감독은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뒤가 조금 지저분했지만 바톤을 이어받은 이가 이만수였던 탓에 여론이 손을 들어준 것은 김감독이었다. 이만수의 와이번스는 뭐, 다들 보신 것처럼. 지못미 이만수. 김성근 감독의 후임으로 김성근 감독 할아버지가 와도 그 자리를 메울 순 없다. 김감독은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와이번스 구단은 덕분에 (성적과 구단인기, 즉 돈벌이는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고 (트윈스를 제외한) 다른 구단들도 이른바 '김감독의 저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때 배웠을 것이다. 

 

이미 그 수업을 한참 전에 목도했던 한화 이글스의 2014년.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성적을 내야했다. 개인적으로 이글스 구단이 김감독과 3년 이상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감독은 우선 '돈이 많이 드는' 감독이고 '들인 돈만큼 현장에 개입'하기 쉽지 않은 감독이다. 더구나 김감독은 한국프로야구 첫 해에 대전을 연고로 하던 OB베어스의 투수코치를 했던 것 외에는 대전(충청권)에 연고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전고, 천안북일고 감독 정도는 해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리 충청도 사람들이 겉으로 티를 안내는 양반이라고 해도 3년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있을까. 누굴 핫바지로 알어?

하지만 김감독도 와이번스와 원더스사태를 겪으면서 많이 변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일 모레 여든을 바라보는 노친네의 본질 (Substance) 이 어디 가겠는가 말이다. 애국하는 어버이연합은 숟가락 들 기운만 있어도 죽기 전까지 애국하시는 법이다. 

 

역시 관건은 우리의 보스, 김승연 회장님인가? 

 

김광수는 한국으로 배영수, 송은범은 재활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조금 더 따뜻한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나마 짧았던 20분의 점심시간은 15분으로 줄었다. 81명의 남자 장정들이 십오 분 안에 점심을 해치운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리고 그런 모습조차 '지옥훈련'의 일환이라며 흐뭇해하는 한국 언론을 들여다보는 것도 고역이다. 아직도 이런 전근대에 머물러야만 성적을 낼 수 있거나 그렇다고 믿는 한국 "프로" 야구를 어쩌자고 나는 이토록 좋아하고 있는 것이냐. 버릴 수 없는 사랑을 사랑하는 자의 고통일지니.  

 

 

 

 

***

이글스는 부디 포스트김성근 시스템을 지금부터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이만수-와이번스 꼬락서니 보기 싫으면 말이다.

부자가 망해도 삼년 간다는 말은 바로 삼년 안에 다 망한다는 말이다.

서산캠프만큼은 김성근 아귀에서 풀어줘라.

프랜차이즈 전 코치들도 계속 프랜차이즈로서 대우해줘라.

김성근 감독하고 사이좋게 지내라 -- 김감독이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라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노친네에게 잘 설득하란 말이다.

프랜차이즈와 지역 연고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자산이다. 

김감독에게 없는 것은 충청권 연고 그 뿐이다. 그것을 잘 활용해서 노친네를 설득해라. 김감독도 이해할 것이다. 그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노친네라면 답 없다. 

 

2015/01/20 04:48 2015/01/20 04:48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ys1917/trackback/1023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