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페어카페

분류없음 2015/08/23 13:46

 

오늘 낮에 친구들과 리페어카페에 다녀왔다. 재작년 8월부터 자원활동을 했는데 몇 달동안 주말 근무로 참여하지 못하다가 이번 달에 스케쥴이 바뀌어 큰 맘 먹고 들렀다. 여유가 있었으면 자원활동가로 참여할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냥 비지터로 갔다. 간만에 갔는데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웠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웠다. 

 

일터에 버려져있던 LCD 모니터 마더보드-파워는 결국 고치지 못했다. 16v, 1000uf 짜리 캐퍼시터 세 개만 있으면 고칠 수 있는데 그걸 구하는 게 힘들다. 개당 일 달러도 하지 않는데... 지멘스 것 두 개와 파나소닉 것 하나를 구하긴 했는데 리페어카페에서 자원활동하는 은퇴한 전문가들이 호환에 자신이 없다며 권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니터는 버려질 것이다. 아니 퓨즈, 다이오드 따위의 부품들은 멀쩡하니까 해체해서 써도 되겠지... 납땜 (soldering, 싸더링) 을 해야 하고 노동을 엄청 들여다 하는데 그에 비해 얻는 게 너무 빈약하다. 아마 그래서 컴퓨터 관련 부품들이 마구 생산되고 마구 쓰이고 마구 버려지는 모양이다.

 

꽃개의 회사는 정신건강+형사범죄 관련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라 납땜 용품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만약 수퍼바이저에게 캐퍼시터 세 개와 싸더링 물건을 구입해 달라고 하면 사줄까? 책임지고 모니터를 고칠테니 사달라규~~~ 수퍼바이저에게 잘만 이야기하면 사줄 것 같기는 한데 연장, 부품 비용 + 꽃개의 인건비보다 모니터 값이 훨씬 싸구나. 경제논리. 젠장.

 

사더링 연장도 사고 싶고, 이것 저것 사고 싶은 게 많다. 그리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언감생심이다. 일 년에 두어 번 가끔씩 카페에 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싶다.

 

 

한국에 있을 때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 혹은 마음 속으로만 품었던 일들을 하나둘 경험하는 것은 경이롭다. 때론 하고 싶은 일들의 구체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할 때도 있지만 조금씩이나마 그 구체에 다가서는 순간들에 오히려 감사할 때가 더 많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는 걸까?

 

 

 

2015/08/23 13:46 2015/08/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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