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6

분류없음 2016/08/26 04:24
일터에서 종종 클라이언트들의 상황에 관한 이메일을 받는다. 클라이언트의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하고 보안이 잘된 회사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이니 사생활보호법에 어긋날 일도 없고 또한 직업상 윤리에 크게 어긋날 일도 없는데 가끔 신경이 쓰인다. 오유에서 탄생하여 소라넷을 경유해 이제는 보편적인 넷티켓 용어로 자리잡은 "후방주의" 를 그 이메일을 읽을 때마다 하게 된다. 그렇게 습관으로 되어버렸다.
 
 
마리화나를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한 데다가 남용했고 조현질환 플러스 가족력에 정신질환이 있는 한 젊은 친구. 초등학생 시절에 이민왔는데 아버지는 이민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처자를 버렸다. 엄마는 악착같이 아들을 키워냈지만 현재 아들은 감옥에 준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주말에 아들을 부르려해도  일주일 전에 허가를 받아야하니 엄마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에 이 친구가 친나찌적, 친이스라엘/유태인, 친아리아인 (Pro-Nazi/Semitism/Arian) 등 인종차별의 늬앙스를 담뿍 담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꽃개가 목격한 것으로는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유러피안 백인 (아마도 우크라이나 선수였던 것 같다) 이 높이뛰기에서 월등한 성적을 보이자 같이 경쟁했던 한 흑인 선수에 대해 뭐라고 좋지 않은 말을 했다. 딱히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적인 말도 아니고 넘어가기에도 거시기해서 "너 지금 방금 뭐라고 했어. 안 들리는데" 라고 했더니 혼잣말을 한 거란다. "쿨하게 들리지는 않았어 (sounded not cool). 뭐라고 했는데?" 하고 다시 물었더니 그냥 그 장소를 떠나버렸다. 나에겐 그게 다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한 곳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등 불안장애가 눈에 뜨이면 레드플래그가 켜진다. 히스토리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이런 친구들이 비백인-여성-아이-동물에게, 그러니까 자신보다 물리적으로 약한 대상에게 폭력을 행사할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친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약물을 처방받은대로 잘 먹거나 받고 있는지, 긴급한 상담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섭식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 여러 방면으로 관찰/조사/추적한다. 만의 하나, 우리 프로그램이 제대로 역할하지 못해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기라도 한다면 – 가령 지나가는 비백인여성을 때리기라도 한다면 – 이 친구는 더 심한 제재를 받아야 하고 아마 죽을 때까지 현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친구의 전담워커는 "만약에" 라는 가정 하에 최악의 상황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틈나는대로 주지시킨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이 친구의, 당사자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음… 안타깝지만 커뮤니티를 떠나 철창이 딸린 정신병원 (꽃개가 정말로 싫어하는 곳) 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일정 수준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커뮤니티에서 살아가는 특권을 부여받은 셈이다. 일종의 거래.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이만한 리스크매니지먼트가 없어 보인다. 무거운 형사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당사자를, 그것도 그 정신질환 탓에 범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그 사람을 감옥에 가둬놓고 똘똘말이해 격리하는 것보다는 여럿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당사자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도우면서 하루하루 점검하는 것이 그 당사자에게도 커뮤니티에도 좋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그렇다는 말이다.
2016/08/26 04:24 2016/08/26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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