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꿈이 아니다

분류없음 2013/06/13 23:42
나는 세 살 무렵, 선데이서울을 마을 어귀에서 발견한다. 표지를 보고 그 여자에게 반해서 표지를 북, 찢는다. 고이고이 세 번 접어서, 입고 있던 상의의 안주머니에 폭 들어갈 만큼 접어서 마침내 품에 넣는다. 사랑에 빠진다.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녀가 그 책의 맨 앞에 그렇게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소중하다, 는 인식은 있다. 그래서 그녀가 보고싶을 때면 지붕에 올라가 펼쳐본다. 어느날,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신다. 금방 마당에서 봤는데 사방을 둘러보시던 엄마는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신다. 거기 어떻게 올라갔어. 사다리 타고요. 당장 내려와. 얼마나 위험한데. 수십 번도 더 올라왔던 곳인데 왜 위험하다는 걸까. 조용히 내려갔고 사다리는 종적을 감춘다. 어느날, 엄마는 내 웃옷을 '빨아버리'신다. 그렇게 나는 내 첫사랑과 이별한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내 첫사랑의 잔영, 분명 지붕 위에 앉아있던 그 순간 내 뒤통수로 해맑은 광휘가 비추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13/06/13 23:42 2013/06/1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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