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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9
    '외국인 무용수의 눈물'‥가려진 그늘 (2)
    유이

'외국인 무용수의 눈물'‥가려진 그늘

[뉴스데스크]● 엄기영 앵커 : 큰 놀이공원에 가면 볼 수 있는 외국인 무용수들의 춤과 퍼레이드.

아주 이국적인 장면이죠.


항상 환한 웃음을 띠고 있는 이들 무용수들 하루 수입은 얼마나 될 걸로 보십니까?


그들의 삶 이면을 김지경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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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놀이공원인 에버랜드. 수만 명의 인파가 넘쳐납니다. 이국적인 외모와 환한 미소, 현란한 춤. 환상의 세계에 관람객들은 푹 빠져 듭니다.


● 권보민 : "예쁜 옷 입고 춤 너무 잘 춰요. "


공연 내내 천사 같은 무용수들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관람객들에겐 짧게만 느껴지는 신나는 퍼레이드. 하지만 무용수들은 파김치가 됐습니다. 더위에 지쳐 말을 잃었고 금방 전 무대 위의 웃음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수건을 머리에 덮어쓰고 웃옷을 벗어 던져도 땀이 식을 줄 모릅니다. 화려한 깃털 옷과 봉은 걷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짐이 됐습니다.


30분 내내 춤을 추는 퍼레이드 공연은 하루에 여섯 번, 그러니까 3시간 동안 공연을 합니다. 공연 사이사이엔 1시간 정도 쉽니다.


휴식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며 다음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1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아침 9시쯤 출근해서 밤 9시가 돼야 일이 끝나는 생활, 이런 고단한 생활을 반복하면서 무용수들은 하루에 3만 원을 받습니다. 모든 수당을 합쳐도 많으면 한 달에 100 만 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건강하게 버틸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29살의 옥사나 씨. 작년 말 무대에서 미끄러지면서 다리와 허리를 다쳤습니다. 통증이 심했지만, 5 킬로그램이 넘는 나비 의상을 입고 공연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 옥사나(무용수) : "길에서 위험에 처한 아이를 급하게 안아 올려야 할 때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됐어요."


7살 때부터 춤을 춰왔던 발레리나는 이제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습니다.


● 윤건우(녹색병원 산업의학과 의사) : "치료받아야 하는데 계속 무거운 장신구를 몸에 걸치고 공연을 하면서, 디스크 증상이 악화됐습니다."


이런데도 옥사나는 어디에다 하소연 한 번 하지 못했습니다. 다친 사실이 알려질 경우 보상은커녕 즉시 쫓겨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용수들은 인력 파견업체인 동일엔터테인먼트의 소개로 에버랜드에서 일합니다.


무용수들이 동일 엔터테인먼트와 맺은 계약서입니다. 공연을 하다 사고가 나도 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오히려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병이 생기면 회사는 무용수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 에버랜드 무용수 : "병원에 가달라고 했는데 아픈 건 여자 무용수 문제라고 하면서 급하게 출국 시켜 버렸어요."


두 명 이상이 집단행동을 해도 해고당하고, 심지어 에버랜드와 파견업체 직원에게 공손하지 않아도 쫓겨납니다. 또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머리카락을 금발로 탈색을 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벌금 10만원을 내야 합니다.


● 사샤(무용수) : "두피가 건조해요. 그래서 머리카락도 빠져요, 끊어진 것처럼 되지요."


이러다보니 무용수들이 맺은 계약서는 '노예 계약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무용수와 계약을 맺은 인력 파견업체도 계약서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 김청운(동일 엔터테인먼트 이사) : "외부에서 알면 당자이라고 수정하고 바꿔야죠, 공연이 안 되더라도..."


에버랜드측은 무용수를 소개받았을 뿐 그런 계약 규정이 있는 줄 전혀 몰랐고 실제 그 규정을 적용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 송호진(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 팀장) : "거의 그 규정 자체로 옭아매서 그런 식의 행태로 가고 있지 않은 걸로 알거든요."


이들 무용수들은 모두 예술 흥행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옵니다. 이 비자를 받으면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노동법에 대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일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는 겁니다.


● 한승욱(이주노동자조합 사무차장) :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 노예 계약을 맺고 근로 기준자체를 보장 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한 때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던 한국, 그런 한국이 요즘 이 무용수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MBC 뉴스 김지경입니다. (김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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