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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무민 가족

 

어릴 때 서울 사는 둘째 이모 집에서

읽었던 동화책 중에

나중에 커서 보니

사자와 마녀와

무민 가족과 요술 모자

가 있었던 것이다.

 

무민 가족,

그때껏 보았던 동화책과는 사뭇 달랐던지

지금도 그 동화책이 꽂혀 있던 책장이랑

그 옆에 앉아 정신 없이 책을 볼때

불을 켜지 않아 약간 어둑어둑했던 장면이

기억 날 정도다.

 

무엇이 그렇게 달랐는가 하면,

소년 한길사에서 나온 무민가족 시리즈 책 날개에

있는 말대로

 

모자끝에서 장화 끝까지

삶이 기쁨이 넘치는 나라

 

이 바다와 땅과 하늘 어딘가에는

괴짜는 괴짜대로 이해받고

겁쟁이는 겁쟁이대로 사랑받고

고집쟁이는 고집쟁이대로 존중받고 

꼴찌는 꼴찌대로 위로받고

모두가 자유를 사랑하고

모두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모두가 모두를 위하며 사는

작고 작은 생물들만의 세상이 있다

 

이런 기운이 넘쳐흐르는 동화였기 때문이렸다.

그리고 지금 보니

작가인 토베 얀슨의 놀라운 상상력과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보여 주는 열린 마음이 만들어낸 무민들과 작은 동물들에다

때로는 무시 무시하게 거칠고

때로는 살랑 살랑 꽃과 풀들이 넘실댈 것 같은  

핀란드란 곳의 자연이  담뿍 담겨 있어서

더 이야기가 층층이 풍요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컴컴하고  차가운 그로크나

공들여 만든 방파제며 정원을 깡그리 휩쓸고 가버리는 파도와

무정한 바다,

등대지기의 책임에 압도되서 멀리 멀리 달아나

작은 오두막에 납작 누워 일없이 고기잡는 어부,

혜성이 다가오면서 달궈진 대지안에서

목말라 허덕이는 작은 생물들,

황량한 달의 분화구를 들여다보며 보석을 찾는

쓸쓸한 요술쟁이가

나오지만 어둡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소재 (사실 삶에서 따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는

주인공들이지)가 있어서 잔잔히 차오르는 기쁨이나

진짜 모자끝에서 장화끝까지 맹렬히 넘치는

즐거움이 더 생생하게  묘사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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