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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반드시 막아야 할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논평] 반드시 막아야 할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참세상 / 2007년04월04일 17시07분 진 보네트워크센터가 화났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 달 30일 '인터넷 로그기록을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즉각 넘겨주라고?'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무슨 말인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밝힌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가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도 보관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의 제15조의2 제5항(전기통신사업자는 1년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여야 한다) 등이 적용되면 우리 사회구성원의 사적 통신 영역이 사실상 국가의 감시체제 안으로 편입된다. 불법 감청을 막기 위해 감청을 합법화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감청 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추게 하는 것은 국가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기록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 자료는 국민의 통신 일시, 장소, 상대자 등에 대한 정보를 남기는 것으로 12개월 이상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사회구성원의 일상 삶의 소통까지 도청과 감시체제 하에 묶어두겠다는 발상이 개정안의 본질을 이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는 자신의 통화 관련 정보가 1년간 기록된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통신비밀의 자유와 인권 침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인터넷 가입자 개인정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된 데서 알 수 있듯이, 통신자료 12개월 이상 보관 의무화는 수사기관이나 전기통신사업자에 의한 남용과 누설 위험성을 예고하고, 정기통신사업자가 이 정보를 폐기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됨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영역은 사실상 해체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정안이 올해 7월부터 시행 예고된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포털실명제와 공직선거법의 선거실명제와 만나게 되면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선거 시기 실명제는 작년 지자체 선거 당시 인터넷언론과 선거실명제폐지공대위 참가 단체들 및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중앙선관위는 807개 언론을 임의로 선정하고,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을 이용한 실명인증 또는 민간실명인증 시스템 설치 확인 및 이행 명령을 내렸고, 결국 표현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언론의 자유, 통신비밀의 자유 등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선거 시기 도청과 감시, 실명제가 함께 적용된다는 것은 특히 우리 사회구성원의 모든 정치활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체제가 작동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화가 난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등의 웹호스팅을 구축 운영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와 정보인권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소수자와 인터넷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1998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정보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진보넷은 로그를 남기지 않는 정책과 주민번호 없이 서비스 이용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갖고 있다. 진보넷은 지금까지 선거 시기 특정 정당으로부터 비방글을 이유로 삭제 요구를 받는다거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경찰의 게시물 삭제 요청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를 들어 거부하고, 로그 기록을 남기지 않음으로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왔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진보넷은 사실상 이 원칙을 지키기 어렵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웹호스팅 수입과 회원의 자발적 후원에 힘입어 근근히 유지되는 독립 네트워트이다. 따라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으며, 서버의 해외 이전 등 편법이 아니고서는 호스팅에 가입된 노조나 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존재 의미가 사실상 상실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어찌 보면 개정안이 진보넷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항간의 주장도 틀리지 만은 아닌듯 하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한 김정훈, 김영선, 최용규, 김충환, 양승조, 정형근, 박찬숙 의원은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기 바란다. 감시와 통제라는 인권 침해적 사고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좋으니 인터넷에서의 '자유'라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단어를 진지하게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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