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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수감자의 날 행사를 위해, CO들 인터뷰 동영상을 편집하며

 

다큐멘터리스트들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위해, 촬영해온 소스들을 편집 하면서

보통은 한 컷당 평균200번정도를 보게 된다고한다.  

찍어온 자료를 검토하고 스크립하면서 보고,  

선택할 영상을 고르느라 비교하면서 보고,  

컷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내용들의 배치가 적절한지 확인하기위해 보고,  

효과가 잘 들어 갔는지, 사운드는 잘 어울리는지, 음악은 적절한지등을위해 보고,  

최종 마무리로  맘에들게 나왔는지 검토에 또 검토를하며 보고,   

보고 또 보고 셀수도 없이 같은 영상을 반복하여, 되풀이해서 본다고한다. 

 

 비록 훌륭한 다큐멘터리를 만든것은 아니지만, 평화수감자의날 두번째날 행사를 위해,

영상팀 동료들이 찍어 온, 이제 들어갈 또는 출소한 CO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편집하게

되었다. 나 또한 반복적으로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화면 속의 그들은 내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거나 또는 별로 대화를 해 볼 기회 

가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화면 속의 낯선 인물들이  많이 좋아져 버렸다.   

 12월 1일 평화수감자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자전거 행진을 하기위해 국회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 속에서, 지금은 성동구치소에 수간중인, 경수씨를 봤다. 하마터면 반갑게

"경수씨~" 하고 부를뻔했다. 그렇지만 조금 이상해 보일까봐 참았다. 나의 눈은 반가워서

경수씨를 똘망똘망 쳐다보고 있는데 눈이 마주치자 경수씨는 나를 무심히 쳐다보고는 고

개를 돌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했다.  경수씨는 날 그날 첨 봤을 테니 당연한 거였는

데 왠지 모를 서운한 마음은 대체 왜 드는 것인지...나도 참.....

그 날 첨 보는데 왜 그렇게 친근했던지... 경수씨의 인터뷰를 (대략200번) 보면서  

어찌나 멋있게 말잘하는지 "짜~씩~ 멋진걸~~!!" 하면서 혼자 막 대견해 했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인터뷰 영상속의 또 한 명, 조정의민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여차저차 인사 두어번 한 사이일 뿐, 몇 번 술자리에 같이 있었지만 그닥 대화를 나눠본 적

이 별로없기에 낯설었다. 하지만 그 날은 목도리를 둘러주며 "힘내!!" 라고 말하고 등을 토

닥여주고 싶었다. 하지만...또 참았다.  왠지 혼자 오버하는 듯 하여..^^!  하여튼 그날 그 곳

에가기 직전까지 다음 날 행사를 위해 급편집을 하다 왔던터라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

다.  참.....너~ 무 집중해서 편집했나보다.^^

조정의민의 인터뷰를 보면서 병역거부자들의 수감생활중의 힘들었던 기억들에 대해,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해 실감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감옥에 있던 시간들이 너무 아팠어서"라고 말할때의 조용조용한 그 말투와 어조, 뛰엄뛰

엄 말하다 천천히 말끝을 흐리는...수차례 반복해서 본 화면 속, 그의 말들은  ... 마음을 짠

하게 쓸어내렸다.

송인욱과 고동주가 법정으로 들어가기전  어렵게 미소지으며 마지막 인사말을 남기는 부

분을 편집하면서 화면속 그들 앞에 얼마나 힘겨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후에 그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때 마다 편집하면서 보았던 그들의 마지막 미소가 생각나곤

했다. 

 나는 아직은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워크샵에 참가하여 공부 중인  학도일 뿐 이지만, 초보

다큐멘터리스트로써의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꽤나 신경을 썼던 이번 작업물은 나에

게  전쟁없는 세상의 초보 활동가로써의 감수성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비록 결

과물이 여러모로 보아 완성물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나에게 이번 작업은 특별했다.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이 대상으로써 보여지던 관찰자 같았던 나는  어느 순간 부터인가 변해

있었다. 이제는.. 이성적인 관찰이 아니라 감성적인 공감을 한다. 그들은 이제 나의 친구들

이다.  

나의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가 옳다고 믿는 신념이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

심히 힘 닿는 만큼 노력하리라 다짐해 본다. 나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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