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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늘(9.25) 조선의용대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 영면

2001년 9월 25일 항일투사이자 혁명가인면서 또한 소설가인 김학철이 85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20세기 한반도에서 태어난 인물 가운데. 그리고 요절하지 않고 천수를 누린 인물가운데 김학철(본명 홍성걸) 보다 더 당당한 삶을 살아낸 사람을 찾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김학철의 평생 이력을 간략하게 짚어보겠다.

 

원산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남-보성고보 재학중 중국으로 망명- 약산 김원봉의 휘하로 상해에서 의열단 활동-중국공산당 가입-황포 군관학교 입학- 황포군관학교 졸업후 국민당군 장교- 팔로군 조선의용대 군관 활동- 태항산 전투에 분대장으로 참가 부상 입고 일본군에 포로로 잡힘- 나가사키 형무소 투옥, 다리 절단- 해방과 더불어 출옥, 소설가로 생활 시작- 조선정판사 사건 이후 월북- 연변 조선족 자치주 정착- 인민공사, 대약진 운동 비판하는 소설 출간으로 투옥- 문화혁명기에 다시 십년간 투옥, 당적 박탈- 모택동 사망 이후 당권회복

 

정률성과 정설송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http://blog.jinbo.net/Profintern/?cid=1&pid=16) 김학철을 약간 언급한 적 이 있었다. 그 때 꼭 독립적으로 다시 다루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 기회가 왔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책을 하나라도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한 권만 권해준자면 (최후의 분대장, 문학과 지성사 간)

 

김학철은 무슨 뛰어난 혁명이론을 내어놓은 사람도 아니고 조직 활동에서 거대한 성과를 거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평생을 인민과 역사 그리고 자신 앞에 당당하게 살아간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해방 이후 한 때  혁명 영웅 칭호를 받았건만 역시 항일, 중국공산당 동지 출신으로 이북의 최초 공군참모총장이던 매제는 김일성의 연안파 숙청 당시 처형 당하고 여동생 역시 노동수용소 생활... 그 자신은 띵링의 사사를 받을 정도고 중국 건국 주역들과 허물없는 사이였을 정도지만 마오의 극좌적 노선과 일인지배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이차에 걸쳐 투옥당하고 인민재판을 받았다. 그 재판을 회고하는 글을 읽어보면 눈물이 날 정도다. 인민학습당을 가득 채운 수천명의 군중 앞에서 친일분자, 우익분자로 비판받으면서 맑스, 레닌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토해내며 개인숭배를 비판하는 다리 하나 없는 노혁명가의 모습을 보고 누구의 눈과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있으랴?

 

남긴 글을 보면 이 노혁명가 조차도 가슴 아린 적이 한 번 있었다고 한다. 반당분자로 몰리고 당적을 박탈당했을 때 인민학교를 다니던 외아들이 학교에 갔다가 소년단의 상징인 스카프를 뺐기고 울면서 돌아왔다고 한다. 반동의 자식은 소년단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고 ㅠㅠ

 

김학철은 곧은 필봉으로 석정 윤세주, 정률성, 호일화(이상조), 김학무를 비롯한 조선의용대를 우리의 역사로 남겨주었다. 그렇다고 김학철의 글들의 재미없고 딱딱한건 절대 아니다. 시인 고은은 김학철을 "벽초 홍명희 이래로 우리 민족어를 진정으로 계승했으며 가장 신명나는 문학을 이루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 한가지를 언급하자면 김학철이 우리에게 소개되는데 가장 공헌을 한 것은 '노태우 정권'이다 --;; 1989년 1회 세계한민족 체육대회에 공식 초청 받음으로 43년 만에 서울 땅을 밟았다. 아마 그 당시의 북방정책등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김학철은 94년  KBS 해외동포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런거 보면 노태우나 김영삼 같은 대통령들도 가끔 미친척 하고 기특한 짓을 하긴 했다)

 

내 한 때 김학철을 너무나 존경(혹은 흠모)한 나머지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한 적이 있었는데 포기했다--;; 그 이유가 뭐냐면 어릴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나서 김학철의 어머니께서 '너는 아버지도 없으니 술 담배 하면 후레자식이라고 욕먹는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김학철은 ' 내가 항일운동, 탄압받는 작가 생활을 해서 불효를 할 지언정 어머니의 저 말은 지켜야 겠다'고 생각해서 죽을 때 까지 술,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았단다. 심지어 항일 무장 투쟁기간에도--;;


사나운 비바람이 치는 길가에
다 못가고 쓰러진 너의 뜻을
이어서 이룰 것을 맹세하노니
진리의 그늘 밑에 길이길이 잠들어라
불멸의 영령

-김학철 작사 류신 작곡 조선의용대 추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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