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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 등록일
    2007/03/11 19:42
  • 수정일
    2007/03/11 19:42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다음 일요일에 아버지가 서울에 오시겠단다.ㅋ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오시는 건데, 나도 결혼식장으로 바로 오란다. 사실 남의 결혼식에는 거의 안가는 스캔이지만, (나름대로 안가는 이유는 있지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일단 패스) 그래도 또 아버지가 직접 서울까지 온다는 데, 얼굴이라도 비춰야 할 것 같다. 어차피 결혼식에 가도 예식도 안보고, 밥이나 먹고 오면 되니까...


지금 말한 것처럼 밥이나 먹고 오면 된다는 게 문제다. 아까 전화로 아버지는 와서 밥먹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세상에... 서울에 사는 나에게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무슨역의 몇번출구로 나가서 어떻게 가면 된다는 것까지 알려주셨다.) 나는 밥이 머 그리 중요하냐고 말했다. 다시 이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다. 아마도 그 날이 되면, 그 자리에서 밥을 먹는, 또 술을 먹는 나의 모습을 보려고 애쓸 아버지와 몇몇 친척들이 있을 것이고, 나는 먹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술이야 또 모르는 거지만.ㅋ 집에서 밥을 먹고 가서, 이미 먹고 와서 배부르다는 식으로 둘러댈 것이다. 어차피 거기서 주로 먹는 밥이라는 게, 멸치국물를 쓰는 잔치국수나, 갈비탕 같은 거 아닌가... 나는 그냥 떡이나 몇 점 집어먹다가 와야지.ㅋ 설에 고향에 갔을 때, 채식을 유지할 수 없었던 측면도 답답하게 했지만, 그보다도 아버지가 오징어젓을 싸주셨는데, 내가 들고가지 않겠다고 말해버린 것이 부담스러웠다. (들고오면 어차피 냉장고에서 썩어갈 것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이번에 그걸 들고 오실지도 모르겠다.ㅋ 다른 종목들은 그냥 먹기 싫다고 하면서 안먹으면 되는 건데, 오징어는 좀 다르다. 아버지가 26년동안 오징어배를 타셨고, 어머니도 같은 기간동안 오징어를 건조시키는 일을 하셨다. 거의 오징어를 통해서 나를 먹여살려서 여기까지 키웠다고 보면 되는 건데, 그런 오징어를 내가 먹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언젠가는 부모님께 채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려야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또한번 피해가고 싶은 판이 다가오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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