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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낙지볶음과 소면

  • 등록일
    2006/10/18 03:06
  • 수정일
    2006/10/18 03:06

과외비를 받지 못하여, 며칠동안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주제에

이 시간에 둘이서 2만원짜리 "낙지볶음과 소면"을 시켜먹었다.

 

시킬때에는 어떤 맛일까하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었고,

처음 낙지 한조각, 소면 한젓가락을 먹을때까지는 오오오 이랬는데,

그런 행복은 먹을 때 그 잠시 뿐이었다.

 

지금 나의 배는 송곳을 삼킨듯한 기분이다.

그 녀석이 어디를 째고 밖으로 나올지 알 수 없을만큼, 배가 아프다.

낙지볶음이 너무 매웠다. 맵다보니, 안 맵게 먹을라고,

배달온 소면을 다 먹은 뒤에 집에 있는 걸로 더 끓여서 먹었다.

 

먹고 나니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1시부터 배고팠던 것을 참다가 결국 질렀던 것인데... 더 참았어야 했다.

 

요즘 며칠동안 돈이 없어서 학교에서 집까지도 막 걸어오고 (차비 아낄라고...)

군것질 절대 안하고, 심지어 밖에서 밥도 사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숙제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몸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 먹은 "낙지볶음과 소면" 이거 한 방에 무너졌다.

 

행복한가?

그걸 먹지 않는 것이 좀더 행복한 길이었음을

배의 아픔을 통해 몸으로 깨달아 가고 있다.

오늘 큰 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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