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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그 씁쓸한 이야기...

  • 등록일
    2006/10/21 17:41
  • 수정일
    2006/10/21 17:41

어제 이번학기의 첫 중간고사를 봤다.

이 강좌는 수강인원이 22명밖에 안되는 실험수업이었다.

 

시험에서 '구형파'를 그리라는 문제가 나왔다.

진폭과 주기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그냥 그리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 수업에서 sin곡선 같은 그래프만 그렸기 때문에,

게다가 이 수업이 교류전원 관련된 내용이라서,

나는 당연히 그걸 그리라는 건 줄 알고, sin곡선을 심혈을 기울여서 그려서 냈다.

물론 여태까지 '구형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대충 그렇게 예상했다.

 

시험이 끝난후, 조교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

"여러분 구형파가 어떤건지 아세요?"

"..."

"구형파에서 '구'자는 직사각형을 의미하는 거에요."

 

즉, 이런 그림을 그렸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100점짜리 시험에서 손도 못댄게 30점어치였기 때문에,

손댄거 다 맞혀도 70점밖에 안되는 거였는데, 그나마 저 문제마저 틀렸으니...

 

다들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모두들 충격이 꽤 컸나보다.

수업시간에 '구형파'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도 않고서 문제를 냈다느니...

이런 불만들이 쏟아지기 직전인 듯 했다.



"지금 확인해봤는데, 제대로 그리신 분이 한분도 없어서 하는 말이에요."

여전히 조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조교의 이 한마디로 인하여, 우리들도 평온을 되찾았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남보다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

모두들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평온함의 뒤에 몰려오는 거대한 씁쓸함도

저마다의 느낌으로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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