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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 2011/12/26 10:26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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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0:26 2011/12/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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