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에 해당되는 글 4건
분류없음 - 2011/12/26 10:26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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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0:26 2011/12/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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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 2011/12/24 08:33

바람의 집      - 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깍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가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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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4 08:33 2011/12/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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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 2011/12/14 11:02

연모   /   김병중

 

그대는 나의 산

저 산 속에 산이 숨어 있다.

산이 귀를 숨기고 입술을 숨기고

체온을 숨기고 이름을 숨기고

조용조용 산 속에 숨어 있다.

 

이제 산 속에 가면 산은 보이지 않고

저만치 산의 옷을 입은 은유의 그림자들이

침묵의 수화를 더하고 있을 뿐

새들이 둥지에 울음을 틀고 숨어 앉아

산의 부드러운 속살을 부리로 찍어 대고 있다.

 

그대는 나의 강

저 강 속에 강이 숨어 있다.

강이 손금을 숨기고 볼우물을 숨기고

웃음을 숨기고 눈물을 숨기고

차랑차랑 강 속에 숨어 있다.

 

이제 강 가에 가면 강은 보이지 않고

저만치 강의 노래를 모창하던 익명의 그리움들이

낯선 물결로 다가오고 있을 뿐

가끔은 물여울 혈관 속에 해의 온기가 돌아

강의 몸 속에 사랑인자가 잉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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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1:02 2011/12/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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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 2011/12/10 19:33

 

The tears of the world are a constant quality.

For each one who begins to weep, somewhere else another stops.

The same is true of the laugh. 

Let us not then speak ill of our generation, it is not any unhappier than its predecessors.

Let us speak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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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 19:33 2011/12/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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