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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6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한편 보았다.

 

제목은 "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You Are the Apple of My Eye

대략 "그 시절 우리가 함께 쫓아 다니던 여자 아이"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최근 대만에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이유들로 인해서 국산영화가 조금 붐을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 처음 막 대만에 와서 영화를 보러 영화 거리로 갔다가 그 많은 영화 가운데 대만 영화는 한편도 없고 헐리우드 영화로 도배된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진 셈이다. 아마도 정부의 지원정책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오늘 본 영화는 나름 상도 타고 인기도 얻은 모양인데, 내 느낌에는 전형적인 엘리트주의적 영화이다. 감상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성장기,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의 연애와 삶 등의 것들이 엘리트주의적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나의 옛 기억을 상기시켰을 뿐이다. 

 

조금 과장되었지만 유사한인 것들도 많았다. 그 시절의 사랑, 성적 태도... 문득 생각난 한 여자 아이의 '닭똥 같은 눈물'도 그렇고... 다들 아주 깊은 곳에 말 못할 아픔을 감추고 그 시절을 겪어 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시절 이미 술을 먹으면 자주 필름이 끊기곤 했다. 나의 지나치게 엄숙하고 진지한 외면은 아마 그때부터 형성되었던 것 같다.

 

어찌 됐든 이 영화를 보면서 이미 무의식이 되어버린 나의 삶의 일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교육 시스템 내의 경쟁의 문제 보다 나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아마도 문화적 콤플렉스였던 것 같다. 이는 계급적 문제이기도 했고, 또 문화적 자본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면에서 읍으로, 읍에서 시로.. 다시 지방에서 서울로 매번 진학에 따라 이동해온 과정 속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이는 일정하게 무의식적 병리적 요소로 축적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종교적인 문제와 가족 내의 문제도 지금은 거의 잊져혔지만, 정신병적 요인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종종 자본주의와 부르주아 계급 및 그 문화에 대한 나의 적대심이 매우 신경증적임을 발견하게 된다. 가끔은 매우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도 한다. 이론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인터넷 동창모임이 유행이어서 국민학교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투리를 한 마디도 쓰지 않은 나의 모습와 그들의 사투리가 너무 대조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충청북도가 원래 사투리가 별로 강하지 않아서 다들 쉽게 바꾸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리 간단히 해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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