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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조원이 되고싶다.

 

얼마전 기차를 탈 일이 있었다.

사실 난 낭만 따위를 따지며 기차를 타는 것보다는

값싸고 시간이 덜걸리는 버스타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언제나 그렇듯 별 감흥없이 음악 정도가 있어주면

좋겠다 생각하며 겉옷을 벗고 눈을 감고 잠들려할때

앞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승무원 아저씨가 있었다.

흐흐~ 사실 아저씨라기엔 나보다 어려보였지만! ^^

어디까지 가냐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하면서

내눈은 그 승무원의 가슴 왼편에 꽂혀버렸다.

좀더 정확히 "철도를 국민에게!"라는 구호가 적힌 팩에!

그리고 순간 내가 희망했던 철도노조원의 꿈이

꾸물꾸물 되살아나며 나를 갈증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일까? 왜 그리고 하필 철도일까?

하지만 그 물음을 하기전에 스스로에게 물어야할 것이 있다.

장기적인 삶 전체에서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삶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 안에서 투쟁하는 삶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물어야 한다.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나의 상태를 살폈다.

내 삶을 반추해보건대, 뭔가를 간절히 원하며 살아왔던가?

대학을 갈때도 다들 가니까, 가야하니까 갔었지

뚜렷한 목표가 있다거나 계획이 있다거나 한것은 아니었다.

연애를 할때도 미친듯이 간절함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책임감으로 운동한 적이 없었다면 뻥이고!

 

근데 지금은 어떤 것일까? 그냥 일자리가 필요한 것일까?

철도청에서 일한다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은걸까?

정복을 입고 싶은걸까? 기차를 타고 싶은걸까?

어줍잖은 낭만 따위를 품고 환상을 가지고 있는걸까?

 

지금 나는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나를 검열(?)하고 있는 중이다. 검열.. 검열..

타이틀 때문이거나 낭만따위를 생각하고 있는거라면

철도노조원이 되겠다는 생각은 아예 지금부터 않겠다!

사실 솔직히 서울이 아닌 조용한 철도역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기는 있었다.

 

어쨌든 난 철도청이라는 이름때문에 가고싶어하는 건 아니다.

철도청이 아니라 철도노조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은 것이고

노조 상근자가 아니라 일반 조합원 활동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02년도였을까?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을 힘있게 하던 그때!

난 설날 귀향선전전을 하고 나서 서울역에 있는 노조사무실을

가서 노조원 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친절하게 이것 저것 설명해주신 그분 얼굴이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분의 열의만큼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철도라는 공간에서 활동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민영화저지 공대위에 결합하면서 용산역 사무실에도

몇번 들락날락하면서 더욱더 철도노조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캠선배가 철도노조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언젠가 '언니와 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얘기를 했던 것도 같다.

가까운 선배도 나중에 철도노조에 같이가자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나눴던게 바로 02년도였었다.

그때부터 나는 막연히 철도라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투쟁하면 사는 삶을 꿈꿔왔는 지도 모른다.

심지어 얼마전 있었던 운수3사 결의대회에 갔을때는

철도노조 대오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면서 서성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은 나를 좀더 검열해야한다. 그렇게 신중해야 한다.

혈기만 왕성한채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현장이 아니라는 것쯤은 감잡을 수 있다.

건방지게 들어가자마자 자본주의, 세계화, 비정규직 등의

얘기를 하면서 잘난척 할 수 있는 곳이 현장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몇년은 저 바닥에서 뒹굴면서 고된 노동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한 몇년은 학출이라는 것조차 말하지 못할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면서 불안정할 수도 있다.

낭만쯤에 빠져있던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가 나중에야 허우적 거릴수도..

 

그래서 난 장기적인 내 삶의 계획을 위해 고민해야겠다.

철도에 들어갈 수 있겠된다면 어떻게 활동할지도 고민해야겠다.

어떤 얘기를 하면서 노동하고 투쟁할 것인지를 계획해야겠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어찌되었든 나는 현장에서 대중들과 부대끼고 싶다.

어찌되었든 나는 치열하게 노동하며 살아가고 싶다.

어찌되었든 나는 내 신념을 지켜가는 투쟁을 하고 싶다.

어찌되었든 나는 철도라는 공간의 활동가이고 싶다.

 

오늘 나에게 전화를 했던 사람은 내 심정을 이해 못할꺼다.

그 사람이 했던 사소한 말 한마디에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내 성격상 급하게 그리고 무턱대고 뭔가를 결정하진 않겠다.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이것저것 정리하고 계획하며 보내야겠다.

정말 깊숙히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후회없이 결정하고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을 밟아야겠다.  

 

하지만 나! 정말정말로 철도노조원이 되고 싶다.

그 현장에서 노동하고 투쟁하며 살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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