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1 19:39

콩세알 올라왔다구!

 

 

 

 엄지랑 검지랑 중지를 쫙 펴서 땅을 꾹 찌른다.

 그리고 그 속에 완두콩을 넣는다.

 구멍 하나에 한 알씩.

 그리고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렸더니,

 콩잎이 올라왔다.

 세 개씩 모여서.

 

 타고 오를 작은 나뭇가지를 심어줬다.

 그러고도 기특해서 나무를 따라 오줌도 흘러 넣어 줬다.

 그러고도 좋아서 둘레에 신성한 원을 그려주고 비료를 섞어 두툼하게 북돋아 주었다.

 

 사랑이 지나쳤나...?

 바람 센 땅이라 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마음 굳게 먹고 무심하게 굴어야겠어.

 

 한편,

 공룡이 완두콩을 반나절 동안 편애하던 그 시각에 라봉은,

 

 

 

 두둑에 심은 해바라기 과잉보호에 힘을 쏟고 있었다.

 

 두둑이 워낙 넓어 해바라기 씨를 뿌려놓긴 했는데 이역시 걱정이다.

 옆 논에서 다 뽑으라 하면 어쩌지?

 씨앗이 날려서 마구 자생해 잡초 취급 받으면 어쩌지?

 떠오르는 해의 빛을 가리고 서 있으면 어쩌지?

 

 "옮겨 심으면 되지!"

 

 지혜로운 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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