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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핸드폰 안에 연락처가 있다. 교통카드가 있고, 지도가 있다. 작년 가을 찾아가야 할 곳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았다. 핸드폰에 지도가 있으니까. 지하철역에 내렸을 때 핸드폰 배터리 잔존 표시가 사라졌고, 핸드폰 화면은 꺼졌다. 찾아가야 할 곳은 이름 밖에 모르기에, 아침에 찾아봤던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가다가 지나가던 젊은 청춘에게 길을 묻고 또 묻고 하며 찾아 갔다. 예닐곱 명의 청춘에게 길을 물었던 것 같다. 그들도 핸드폰에서 지도를 찾아보고 방향을 알려줬다.
언젠가 핸드폰 화면을 볼 수 없어서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핸드폰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어서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카드에도 교통카드 기능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고 있다. 때때로 옷을 갈아입고 카드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 머피의 법칙. 핸드폰이 죽는다.
예전에는 현금이 주머니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어느 날 현금이 없어서 당황. 편한 것은 좋은데, 모든 것을 핸드폰에 의지하는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편하다는 것이 좋은 것일까?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길을 잘 찾아 다녔고, 핸드폰이 없어도 약속 장소를 찾아 다녔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핸드폰만 의지하다가 낭패를 당하고 싶지는 않다.
불안.
집에 돌아와 글을 쓴다. 네이버 미션위젯 나만의 실천 100일 이제 겨우 6일째인데 오늘 하루가 2시간이 남지 않았다. 핸드폰 배터리가 줄어드는 순간. 시간이 줄어든다. 연락두절. 내 글 쓰기는 100이라는 숫자에 빈 구멍을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예상을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감. 연락을 해야 할 때, 아니면 어딘가를 찾아갈 때 핸드폰 배터리 눈금이 바닥을 보이면, 운전을 하다가 기름이 바닥을 나타내는 계기판을 바라보며 주유소를 찾을 때와 같은 마음.
오늘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는데 핸드폰 밧데리가 바닥이다. 나갈 때 결제를 할 수 있을까? 핸드폰 화면을 잠갔다. 중동역에 내려 개찰구 앞에서 화면을 켜니 3프로. 결제 성공.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 화면이 스스로 꺼졌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핸드폰 화면이 스스로 꺼졌어도 불안하지 않다. 집에 들어와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컴퓨터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집이다.
2023. 2. 2.
눈물이 마른자리...
2015년 1월 5일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새해맞이걷기 마지막 날 김용택 시인 생가 인근.
#일상 #핸드폰 #불안감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