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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자료

“꼬라지들 하고는….

국가주의 강화하는 니들! 개념을 상실 했니?”

 

 

한국, 미국, 일본의 국가주의 강화를 위한 발버둥

 

 

 

 

1. 미국

 

미국은 수정헌법 제 1조에 의거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온 나라다.

 

미합중국 수정헌법 제 1조(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거나, 또한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약화시키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

Amendment 1 : Religion. Speech, Press, Assembly, Petition (1791)

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수정헌법의 제 1조에 따라 아래와 같은 판례가 나온 바 있다.

 

“학생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므로 교복착용을 강제할 수 없다.”

- 틴컨 판례(1969)

 

“국기에 대한 맹세 중 ‘하느님이 보호하는’이라는 구절은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므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

- 뉴다우 판례(2002)

 

그런데 미국에서 미국인이 성조기를 불태운다면 어떻게 될까?

 

1989년까지 텍사스 주 형법은 주 정부 혹은 연방 정부의 기를 모독하는 행위를 경죄1)로 처벌하고 있었다. 텍사스 주 형법이 의도한 처벌대상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을 알면서’ 물리적으로 기를 모독하는 행위였다.2)

1984년 텍사스 주 댈러스 시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을 때 존슨(G. Johnson)이라는 사나이가 공화당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하였다. 시위자들이 배포한 인쇄물이나 연설내용으로 보아 시위의 목적은 레이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고 핵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가로를 행진하다가 핵전쟁 결과를 극화하기 위하여 ‘다이 인(die-in ; 참가자가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행동)’을 하기도 하고, 건물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기도 하고, 화분을 엎기도 했지만 존슨은 과격행동에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 시위자가 인근 건물 국기 게양대에서 빼준 성조기를 받아들고 있다가 시청 앞에서 시위대가 진행을 멈추자 국기에 기름을 적셔 불을 붙였고, 신이 난 시위대는 국기를 능멸하는 데모가를 합창한 후에 해산하였다.

약 백 명의 시위대 중 존슨만이 ‘국기모독죄’로 기소되었는데 주 법원은 존슨에게 징역 1년, 벌금 2,000달러를 선고했다. 존슨은 텍사스 주의 국기모독죄가 연방 수정헌법 제1조가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며 연방대법원으로까지 사건을 끌고 갔고, 연방대법원은 문제의 텍사스 주 형법 규정이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는 ‘국가의 정책에 대하여 항의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든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입장이었다.

1776년 독립선언을 하고 1781년 영국에 대한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미국 12개 주 대표는 1787년 필라델피아 회의에서 연방헌법을 제정하였는데 이것은 1788년부터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제정된 연방헌법은 입법권 ․ 행정권 ․ 사법권의 내용, 연방과 주정부 간의 권한의 분배와 같은 통치 구조의 문제를 7개 조문에 담고 있었다. 1789년 연방의회가 주 의회에 기본권 규정에 해당하는 12개 수정조항을 제출하였고, 주 의회가 이중 10개 조항을 비준함으로써 ‘수정헌법’이라는 형식으로 본 규정 7개조 뒤에 덧붙여진 수정헌법 제1조부터 수정헌법 제10조까지 기본권 규정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채택된 10개 조항을 ‘권리장전’이라 한다. 이후 수정헌법은 계속 추가되었는데, 마지막 조항은 1992년 의원의 보수에 대한 수정헌법 제27조이다.

수정헌법 규정 간에는 그동안 규범 충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다만 1933년 수정헌법 제21조로서, 주류의 제조, 판매, 운반, 수입, 수출을 금지한 1919년 추가된 수정헌법 제18조를 폐지한 예가 있다.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 헌법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정으로서 종교의 자유, 언론 ․ 출판의 자유, 집회 ․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Texas v. johnson 491 U.S. 397(1989)]

그레고리 존슨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분노한 부시(George Bush) 대통령 휘하 보수집단은 1989년 연방법으로 ‘국기보호법’을 제정하여 연방대법원에 일격을 가하고자 한다. 연방법은 텍사스 주 법이 규정한 바의 ‘타인의 감정훼손’ 여부와 관계없이 국기의 ‘물리적 완전성’을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 가능한 것으로 예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해 연방대법원은, 정부의 입법 의도는 표현의 자유의 억압에 있고, 이 법이 표현의 형식을 규제하는 듯한 외관을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표현의 내용4)을 규제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림으로써 행정부의 반발을 잠재웠다[United States v. Eichman 496 U.S. 310(1990)].

 

1) 경죄(misdemeanor)와 중죄(felony)의 구별기준으로는 법정형으로 1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를 중죄, 법정형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 규정된 범죄를 경죄라고 할 수 있으나 ‘경죄 중죄 이분법’에 대하여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 physical mistreatment “in a way that the actor knows will seriously offend one or more persons likely to observe or discover his action.”

3) 표현의 형식을 규제한다는 것은 표현의 ‘시간, 장소, 방식(time, place and manner)’을 제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취지이다.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엄격히 제한되는데 반하여 표현형식에 대한 규제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허용된다.

 

- 『홍승기의 시네마 법정』(생각의 나무, 2003)에서 인용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성조기보호법’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린다.

 

“성조기를 훼손했다고 처벌한다면 성조기가 상징하는 소중한 자유가 훼손될 것이다.”

- 윌리엄 브레넌 연방대법관(1990)

 

하지만 지금도 미국 연방 의회는 끊임없이 국가주의 강화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나는 미국 국기와 미공화국,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와 정의를 가진, 하느님 아래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국가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나 새로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들이 미국 성조기 앞에서 큰 소리로 암송하는 충성 서약을 놓고 연방 법원이 아예 위헌 여부를 따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2006년 6월 18일 연방 하원에서 260대 167로 통과됐다.

 

그러나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미국 헌법 개정안이 6월 27일 상원에서 가결 선에 단 1표 모자라 부결됐다. 상원은 ‘의회는 미국 국기에 대한 물리적 모독을 막을 권한을 갖는다.’는 문구를 집어넣는 헌법 개정안 표결에 들어가 찬성 66표, 반대 34표로 가결선인 3분의 2에 1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개정안은 지난 1989년 대법원이 국기 보호에 대한 연방법과 48개주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아예 헌법을 바꿔버리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 일본

 

일본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1999년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국기와 국가로 되살려낸 것이다.

 

왜 히노마루·기미가요를 거부 하는가

 

2차대전 동원의 도구… 1999년 국기·국가법으로 법제화

 

일본의 시민사회는 히노마루(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과거 침략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는 이런 국가적 상징물을 동원해 고취시킨 애국심으로 일본과 아시아 민중을 전장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진보적인 시민들은 히노마루 앞에서 예의를 표하지 않고, 기미가요도 부르지 않는다. 기미가요는 ‘왕이 통치하는 나라가 천 대에서 팔천 대까지, 조약돌이 되어 반석이 되고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과 정부는 1999년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국기·국가법을 제정해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법제화했다. 히노마루와 기미가요가 각각 일본의 국기와 국가가 된 것이다. 도쿄 도교육위원회는 한술 더 떠 이를 거부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기 시작했다. 도쿄 도교위가 2003년 내린 ‘10·23 통달’은 ‘국기는 무대 정면에 게양하고, 교직원은 선 채로 국기를 바라보며 국가를 제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겨레21>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006. 06. 29

 

그러나 아직 일본엔 희망이 있다. 수많은 교사들과 시민사회가 국가주의의 부활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강제하는 것은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육행정에 의한 교육의 부당한 지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헌·위법이다.”

- 도쿄 법원(2006. 09. 21)

 

 

3. 한국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2007년 7월 27일 발효 예정…. ‘국기에 대한 맹세’ 유지 여론 압도적….

 

비애국적 국기경례 거부와 국기소각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과 교수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 이후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워왔고, 다른 나라와의 운동경기에서 넘실대는 ‘태극기’의 물결에 감동해왔다. 그리고 각종 행사에 선행하는 국민의례에서 국기에 대하여 경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국민의 의무로 간주해왔다.

그런데 만약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아가 국기를 불태우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시민은 “비애국자”란 낙인과 함께 법적 처벌을 포함한 사회적 제재를 감수해야 할 것임이 틀림없다.

 

국기 경례 거부는 제적 사유?

 

과거 ‘유신’이 막 개막된 직후 한 여고생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여 학교에서 제적 처분되는 사건이 있었다.

김해여자고등학교는 1950.5.16자 총제 430호에 의한 국무총리의 국기에 대한 경례통첩과 이에 의한 문교부의 국기에 대한 예절에 관한 지시 및 1973년도 고등학교 학생교련교육 지침서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의식을 치러왔는데, ‘여호와의 증인’이었던 여고생이 이를 거부하자 제적처분을 내렸고, 이에 여고생이 이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원고들은 위 학교의 학생들로서 모름지기 그 학교의 학칙을 준수하고 교내질서를 유지할 임무가 있을진대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 역시 그들이 재학하는 위 학교의 학칙과 교내질서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는 것”이므로 “원고들이 그들의 임무를 저버림으로써 학교장인 피고로부터 이건 징계처분을 받음으로 인하여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판 1976.4.27, 75누249].

 

국기에 대한 맹세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 제1장 제3조

1980.10.15 국기에 대한 의례 및 애국가 제창에 관한 지침

(국무총리지시 제23호)-국기에 대한 경례시 “국기에 대한 맹세” 병행 실시

 

시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질식되어 있었던 ‘유신’체제 아래에서 이러한 판결은 필연적 결과였다. 우리나라에서 병역거부나 국기경례거부 등 ‘여호와의 증인’의 행위를 양심과 종교의 자유의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된 것이 극히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자면, 당시 상황에서 국기경례거부가 ‘사교’집단의 비난 받아 마땅한 ‘비애국적’ 행동으로 낙인찍혔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고등학교 학칙과 교내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는 대법원의 과감한 단언은 놀랍기만 하다. 헌법적 기본권이 고등학교 교칙 보다 하위에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동일한 행위를 두고 내려졌던 미국의 판결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즉, 1943년 ‘West Virginia State Board of Education v. Barnette 판결(버넷트 판결)’ [319 U.S. 624 (1943)]은 “국민적 통일성”(national unity)을 성취하기 위해 국기경례를 강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지적 ∙ 영적으로 다양할 수 있는 자유, 심지어 정반대일 수 있는 자유”가 사회를 해체 시킬 것이라는 것은 기우라고 평가하면서, “애국적 의례가 강제적 절차 대신 임의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애국주의가 융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자유정신(free mind)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만약 현시점 우리나라에서 한 시민이 종교상의 이유로 국기경례 거부를 하는 일이 또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에게는 여전히 엄청난 규탄과 매도만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국기경례를 거부하는 그 시민의 신념과 양심에 대한 고려는 ‘애국적’ 언사로 중무장된 비난 앞에서 맥을 못 추지는 않을까?

여기서 우리는 다수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여 이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는 소수자를 억압하거나 그 신념을 버릴 것을 강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태극문양을 몸에 칠하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붉은 악마’의 행동을 존중하는 만큼,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국기 경례를 거부하는 시민의 결단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성조기’ 소각은 이적행위?

 

한편 ‘제5공화국’ 초기 강원대학교 학생들이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반미시위를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처벌된 사건이 있었다.[대판 1983. 2. 8, 82도2655].

당시 강원대학교 학생들은 ‘반파쇼, 반미투쟁학우일동’ 명의로 ‘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에 찬사를 보낸다는 내용과 한미관계를 정치, 경제적 종속관계로 단정하여 반미구호를 주창한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살포하고, 이 과정에서 반미투쟁의 상징으로 성조기를 소각하였는데 이 행위가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로 파악되었던 것이다.

‘민주화’ 이후에는 성조기 소각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눈에 뜨이지 않으나, 북한이 반미노선을 견지하고 있고 남과 북은 적대적인 관계이므로 어떠한 이유로건 미국에 반대하는 것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는 단순무식한 논리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 같지 않다.

‘반미’를 이적으로 낙인찍고 사갈시하는 사고가 존속하는 한 대미 불평등관계의 개선과 나라의 자주성 함양은 요원한 일이다.

후술하다시피 미국에서 미국 시민이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것이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것을 처벌한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까?

 

체제비판의 일환으로 태극기를 불태운다면?

 

한편 만약 한 시민이 체제비판의 일환으로 태극기를 불태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그 시민은 엄청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며, 나아가 그에게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 제거 또는 오욕”하는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105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 군사독재체제에 대한 투쟁 속에서도 체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태극기가 불살라졌다는 보도는 아직 들은 바 없으며, 오히려 태극기를 내걸거나 몸에 휘감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우리에게 익숙한 편이다. 그런데 만약 시민이 대한민국에 대한 자신의 비판과 불만을 그 상징인 태극기의 소각으로 드러내려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떠오른다. 레이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공화당 전당대회 인근에서 전개하던 도중 한 시민이 성조기를 불태운 이유로 우리 형법 제105조와 유사한 미국 형법조문 위반으로 기소되어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을 검토하면서 국기소각은 헌법사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일환이며, 평화유지를 위하여 또는 국가적 단일성의 상징인 국기를 보존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Texas v. Johnson, 491 U.S. 397(1989)].

요컨대, 국기가 아무리 소중하다고 하여도 이를 불태우며 항의할 수 있는 시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 속에 스며들어 있는 각종의 ‘국가주의’적 유산을 검토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 속에서 과거 단순히 ‘비애국적’ 망동으로 치부되어 제재를 받았던 국가에 대한 경례거부와 국기훼손 행위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 서서 되돌아 볼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소수자의 양심 ∙ 종교적 신념 그리고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가 아무리 국가의 상징을 거부하거나 모욕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동은 여전히 헌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술한 1943년 ‘Barnette 판결”을 한번 인용하자면,

 

“다를 수 있는 자유(freedom to differ)는 사소한 사안에 제한되지 않는다. 다를 수 있는 자유는 단순히 자유의 그림자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를 수 있는 자유의 실체는 기존 질서의 심장을 건드리는 사안에 대하여 다를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여부로 검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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