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재현하고, 명명하며, 개념화하면서 인간은 그것을 존재하게 하고, 동시에 사라짐 속으로 떠밀며, 그 생경한 현실성으로부터 절묘하게 멀어지게 한다. 그렇기에 계급투쟁은 마르크스가 명명한 순간부터 존재한다. 그러나 물론 그것은 명명되기 직전에, 가장 치열하게 존재한다. 명명되고 나면, 필히 기울기 시작한다. 하나의 사물이 명명되고, 재현과 개념이 그 사물을 포박하는 순간은 바로 사물이 그 에너지를 상실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러다 결국엔 하나의 진실이 되거나 이데올로기로서 강제되고 만다. 프로이트에 의한 무의식의 발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물은 그 개념이 나타나면 사라지기 시작한다.

 

-장 보드리야르, 『사라짐에 대하여』, 하태환 옮김, 민음사, 20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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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1 19:30 2012/07/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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