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사상의 시조인 존 로크John Locke에 의하면, 어떤 물건에 사적 소유권이 성립하는 것은 누군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 노동이라는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사유재산의 원칙이란, 어떤 물건은 그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즉, 비용을 지불한)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상식’을 근사한 형태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식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노예제도는 당연히 부정된다. 토지사유제도 마찬가지 아닌가? 토지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사적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창조주 외에 토지를 놓고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소유할 수 없는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폭력과 무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영국과 미국의 노예제도가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라. 16세기 초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최소 1,500만 명의 아프리카 흑인들이 마치 동물처럼 포획되어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갔다. 폭력에 기초하여 성립한 노예제도를 철폐하려고 했을 때 노예주들이 사유재산 보호론을 내세워 극렬히 저항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예제와 마찬가지로 토지사유제도 폭력과 함께 시작되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볼 때, 한 민족의 영토 확보에는 대개 무력이 동원되었으며, 확보한 영토를 사회구성원들에게 분배하는 데도 정치적 힘의 논리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토지 소유권의 기원은 개인의 근면이나 저축이 아니라 강탈과 강점이었던 것이다. …
최초에 폭력과 힘에 의해 성립하는 토지 소유권이 정당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된 이유는 그것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고착화되고 관습화되기 때문이다. 토지시장이 성립하여 토지가 매매되기라도 한다면 토지 소유권의 외견상 정당성은 더욱 강화된다. 그러나 노예시장에서 제값을 주고 노예를 샀다고 해서 노예 소유권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매매를 이유로 소유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구입한 장물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도 쉽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전강수, 『토지의 경제학』, 돌베개, 2012, 3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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